[기고] 하나님의 사람, 그의 유산을 기억하다

[기고] 하나님의 사람, 그의 유산을 기억하다

팀 켈러 목사 1주기를 보내며

입력 2024-06-2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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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옥경(두란노서원 출판3부 부장)

하나님은 역사 속에서 여러 사람의 인생을 들어 사용하신다. 팀 켈러 목사도 그중 한 명이다. 팀 켈러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그의 나이 57세 때였다. ‘팀 켈러, 하나님을 말하다’(The Reason for God)로 전 세계 교회에 이름을 알리기 전까지 그는 무명의 목회자였지만 미국 뉴욕 리디머교회를 개척해서 헌신적으로 사역했고 그 후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복음을 위해 살았던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겸손하고 묵묵하게 끝까지 복음만을 붙든 설교자,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지만 어떤 이견이든 우선 경청하는 신학자였던 팀 켈러, 하나님은 그를 들어 사용하셨다. 세계 교회를 위해, 그리고 한국교회를 위해 말이다.

팀 켈러 목사. 국민일보DB

“복음이 모든 것을 바꾼다”(The Gospel Changes Everything!)라는 메시지가 실현되는 것을 우리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었던 팀 켈러 목사.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년이 지나가고 있다. 작년 8월 뉴욕에서 열렸던 추모예배에 참석한 이후 그의 책을 번역, 출간한 담당자로서 1년은 수많은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지난 18일 복음과도시가 주최하고 두란노서원과 CGN이 후원한 ‘팀 켈러 1주기 기념 포럼’이 온누리청소년센터에서 열렸다. 4명의 발제자는 팀 켈러가 한국교회에 남긴 유산을 설교 복음 목회 관점에서 살펴보며 그를 추억했다. 팀 켈러가 한국교회에 남긴 것, 한국교회를 자극하고 도전한 문제 의식을 되새기며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이었다.

지금 한국교회가 맞이한 시대는 팀 켈러가 맨해튼에서 고민했던 문제들과 무관하지 않다.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는 불경건한 사회 즉 탈기독교시대에, 기독교의 위상이 추락하고 그 속에서 우리가 무력하게 느껴지고 이 세대에게 복음이 아무 효력이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패배주의에 빠질 무렵, 팀 켈러 목사는 ‘복음(Gospel), 도시(City), 운동(Movement)’, 곧 복음으로 우리의 도시를 사랑하며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운동으로 복음 생태계를 이루는 모델을 우리 손에 쥐어 주었다.

포럼에서는 발제자들은 ‘팀 켈러의 복음 이해’(안성용 새빛교회 목사) ‘팀 켈러가 한국교회의 복음 운동에 끼친 영향’(길성운 성복중앙교회 목사) ‘팀 켈러의 영적 유산과 실천적 적용’(정갑신 예수향남교회 목사) ‘팀 켈러의 설교 메시지 분석’(박현신 총신대 신대원 설교학 교수)을 주제로 각각 강연했다.

지난 18일 복음과도시가 주최한 ‘팀 켈러 1주기 기념 포럼’에서 박태양 안성용 길성운 정갑신 목사, 박현신 교수(왼쪽부터)가 대화하고 있다. 두란노서원 제공

안성용 목사는 “팀 켈러의 복음 이해는 개인의 구원뿐 아니라 세상의 구원을 동시에 강조한 것”이라고 적절하게 지적했는데 바로 이 점이 개인 구원에 치우친 한국교회에 세상과 이웃을 품도록 도전한 것이라 여겨진다.

길성운 목사는 한국교회가 “형식화 종교화 게토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자신이 목회한 경험을 나눴다. 팀 켈러 목사를 만나면서 길 목사는 침체된 목회에서 벗어날 출구를 찾았고 도덕주의적인 자신의 설교가 그리스도 중심의 설교로 바뀌어 강단의 회복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사역하는 지역을 품고 세상과 소통하려는 시도 역시 팀 켈러에게 도전받은 결과라고 했다.

정갑신 목사는 미국에서 팀 켈러의 영적 유산이 미국 시티투시티(City to City)와 복음연합(TGC) 설립으로 면면히 흐르게 된 것처럼 한국교회에서는 ‘복음과 도시’(TGC 코리아와 시티투시티 코리아의 연합 단체) 설립으로 그의 영적 유산이 구체화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의 교회 운동이 인물 중심이거나 몇몇의 아이디어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예수의 복음이 중심이 되어 개척교회 젊은 목회자부터 대형교회 목회자까지 함께 어우러지는 단체인 ‘복음과도시’ 사역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정 목사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다 같이 앞으로 나아가면서 복음 생태계 운동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또 켈러 목사를 이끌어간 힘이 바로 예수님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을 분명히 강조했다. 복음과도시 사역으로 교회 생태계와 지역 생태계가 변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 목사는 목회자들이 자기 옳음에 대한 우상에서 벗어나 “복음의 거울에 자신을 비추도록” 당부했다.

총신대 박현신 교수는 팀 켈러 목사의 설교가 한국교회에 시사할 수 있는 점이 바로 ‘풍성한 적용’에 있다고 보았다. 그는 팀 켈러가 청중을 어떻게 분석하고 이해하고 적용했는지, 삶의 모든 영역을 변화시키는 것에 대한 관심이 그의 설교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여러 방면으로 설명했다. 특히 문화적 탁월함을 가지고 있는 팀 켈러식 설교가 한국 성도들과 교회와 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팀 켈러 목사는 어떤 이에게는 ‘진정한 설교자’로, 어떤 이에게는 ‘진정한 목회자’로, 어떤 이에게는 ‘자유’로, 어떤 이에게는 ‘복음’으로 기억된다. 편집자로서 최근 도서 ‘하나님의 사람, 팀 켈러’를 출간하면서 그를 이렇게 표현했다. ‘하나님의 사람.’ 신학자도 전도자도 설교자도 사상가가 아닌, 내게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기억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복음연합(TGC)의 주역인 DA 카슨 교수와 존 파이퍼, 팀 켈러 목사가(왼쪽부터)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TGC 유튜브 캡처

여기에 더해 ‘사랑으로 가득 찬’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죽기까지 예수님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고 이웃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고, 뉴욕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고, 비그리스도인들을 품기를 멈추지 않았고, 성공의 도시 뉴욕에서 질주하는 젊은이들을 멈춰 세워 주었던 그로부터 나는 사랑으로 가득 찬 하나님의 사람을 보았다.

독자들도 나와 같이 이 퍽퍽하고 고단한 세상에서 이런 사랑의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그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그가 그립다. 지난해 뉴욕에서 추모예배를 드릴 때 분위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시간은 팀 켈러의 장례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과 은혜만 높이기를 바라는 행사인 것을 보고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난다. 켈러 목사는 존 파이퍼 목사와 나눈 이메일에서 “내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이 감사하다”라고 썼다. 얼마나 담백하고 힘 있는 고백인가.

이번 기념 포럼이 진행된 무대에 새겨진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팀 켈러가 사랑한 한국교회, 한국교회가 사랑한 팀 켈러.” 그가 별세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그가 남긴 고마운 유산들은 여전히 우리 마음에 남아 있음을 본다. 이제 이 유산들을 실천하는 일이 우리 손에 달렸다는 것을 기억하며 한국교회의 아름다운 변화를 기대한다. 팀 켈러가 남긴 좋은 유산들을 잘 물려받아 하나님이 우리 시대에 사용하시는 팀 켈러 같은 하나님의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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