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마다 픽픽 쓰러지는 英근위병… 땡볕에 털모자 탓

여름마다 픽픽 쓰러지는 英근위병… 땡볕에 털모자 탓

일왕 부부 국빈 방문 행사 연습서
폭염에 지쳐 쓰러진 근위병 포착
매년 사고 반복… “전통 집착 버려야”

입력 2024-06-25 14:58
24일 일왕 부부의 영국 국빈 방문 행사 리허설 도중 버킹엄궁 인근에서 한 근위병이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BBC 홈페이지 캡처

폭염 아래 털모자를 쓴 채 부동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영국 근위병들의 실신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BBC는 “일왕 부부의 영국 국빈 방문 행사 리허설 도중 한 근위병이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모습이 포착됐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의 공식 국빈 방문 일정 개시를 하루 앞두고 진행된 행사 연습에는 군악대 250명, 육군 1250여명, 군마 240여 마리가 동원됐다.

보도에 따르면 버킹엄궁 근방 대로에 있던 해당 근위병은 실신한 채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주변에 있던 다른 병사의 부축을 받고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

당시 이곳의 한낮 기온은 30도에 육박했다. 런던의 6월 평균 최고기온인 20도를 훨씬 웃도는 무더위였다.

영국 육군은 근위병이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근위병에게 질병이 있었는지 같은 구체적 사고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6월 10일 영국 런던 호스 가즈 퍼레이드에서 폭염 속 진행된 군기분열식 리허설 도중 한 근위병이 쓰러졌다. AFP연합뉴스

영국 근위병들의 이 같은 ‘땡볕 잔혹사’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해 6월 10일 찰스 3세 국왕의 생일 행사 리허설 도중에도 비슷한 일이 터졌다. 당시 30도를 넘어서는 무더위 영향으로 최소 3명의 근위병이 쓰러졌다.

리허설 이후 윌리엄 왕세자는 엑스(X)를 통해 “오늘 아침 더위 속에서 참가해 준 모든 근위병에게 큰 감사를 드린다”며 “어려운 조건이지만 여러분 모두가 정말 잘 해냈다”고 말했다. 행사에 동원된 병력의 노고를 치하한 것이었지만 매년 반복되는 사고에 영국 여론은 인내심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영국 내부에서는 전통에 얽매이지 말고 근위병의 근무 환경을 적극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네티즌은 “연례행사처럼 터지는 이 사고는 누군가가 상식적인 생각을 갖기 전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땡볕 아래서 흑곰 털모자를 쓴 채로 물도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고 일갈했다.

천양우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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