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아이들, 하루 한끼도 먹지 못해 굶어죽는다”

“가자지구 아이들, 하루 한끼도 먹지 못해 굶어죽는다”

입력 2024-06-27 17:50 수정 2024-06-27 18:08
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데이르 알 발라에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영양실조에 걸린 팔레스타인 소녀 자나 아야드가 국제의료봉사단 야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가자지구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가자지구 주민 5명 중 1명은 온종일 한 끼도 먹지 못하는 심각한 기근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최근 유엔이 가자 지구의 ‘기근’ 위기를 우려한 보고서를 언급하며 “이미 많은 주민이 심각한 기근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9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전쟁에 밀가루와 쌀 가격은 치솟았고, 채소와 육류는 구하기도 어려워져 수십만명의 주민들이 굶주림에 시달리며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2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의 카말 아드완 병원에서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영양실조에 걸린 아기의 손을 잡고 있다. 생후 6개월 된 아이는 3.5㎏ 몸무게로 태어났지만, 그동안 체중이 300g 밖에 늘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가자시티에서 자녀 6명과 함께 지내는 이야드 알-삽티(30)은 NYT와 인터뷰에서 “마지막으로 밀가루 한 봉지를 구한 것이 두 달 전”이라며 “그것도 3시간이나 줄을 서서 기다려 겨우 손에 쥐었다”고 토로했다.

BBC도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가자 주민들의 사연을 전하며 “어린이들이 부모 품에 안긴 채로 굶어 죽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이곳에 있는 모든 아기가 죽을 위기에 놓였다”며 “우리는 그저 한 명씩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뿐”이라고 도움을 호소했다.

기근이 길어지면서 어린이들 굶주림에 지쳐 숨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지난 23일 기준 34명이 영양실조로 숨졌으며 대부분이 어린이라고 밝혔다. 최근 로이터통신을 통해 가자지구의 한 병원에 영양실조로 앙상하게 뼈를 드러낸 소녀가 누워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전 세계에 공개되기도 했다.

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데이르 알 발라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팔레스타인 아기가 국제의료봉사단 야전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엔은 앞서 25일 기아 감시 시스템인 통합식량안보단계(IPC) 보고서를 통해 가자지구 주민 약 49만5000명이 재앙적 수준의 심각한 식량 불안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가자지구 가구 절반 이상이 집에 먹을 것이 없으며, 20%는 온종일 한 끼도 먹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IPC는 가자지구의 기근을 선포하지는 않았다. 기근의 세 가지 조건 가운데 극심한 식량 부족에 직면한 가구의 비율은 충족하지만, 급성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어린이 비율(최소 30%)과 굶주림이나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자 수(매일 인구 1만명당 2명) 등 두 가지 조건이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NYT는 유엔이 조건을 따지는 동안 가자지구의 많은 사람이 죽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은 2004년 IPC의 기근 기준을 도입한 이후 기근 선포에 신중하고 있다. 유엔은 식량 위기 심각성 정도를 정상(Minimal)-경고(Stressed)-위기(Crisis)-비상(Emergency)-재앙·기근(Catastrophe·Famine) 등 5개로 분류하고 있는데, 기근이 가장 높은 단계다. 2000년대 이후 유엔이 기근을 선포한 것은 2011년 소말리아와 2017년 남수단 등 단 두 번뿐이다. 소말리아는 기근 선포 전에 10만명 이상이 기아로 사망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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