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로 처음 걷는 엄마… 넘어질까 뒤쫓는 어린 아들

두발로 처음 걷는 엄마… 넘어질까 뒤쫓는 어린 아들

입력 2024-07-01 15:37 수정 2024-07-01 16:02

부모라면 아이가 첫걸음을 뗐을 때를 기억할 것이다. 휘청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가 행여 넘어질까 봐 뒤에서 쫓아가던 그 모습을 말이다. 여기 정반대의 상황으로 네티즌에게 감동을 준 가족이 있다. 초희귀암으로 한쪽 골반 아래를 절단해 다리가 하나뿐인 엄마와 그의 초등학생 자녀들의 이야기다. 최근 인터넷에 올라온 이 영상은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전혜선(45)씨는 초희귀암 중 하나인 염증성 근섬유아세포종으로 2년 전 왼쪽 골반 아래를 절단한 뒤 회복하는 과정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다. 2019년 첫 암 진단 후 세포독성 항암제를 썼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는 암이 전신으로 전이돼 패혈증, 골반 절단 수술 등 세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런 전씨가 지난달 26일 인스타그램에 다리를 절단 후 처음 목발을 없이 두 다리로 걷는 모습을 공유해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았다. 특히 전씨가 넘어질 듯 휘청거리며 걷자 그 뒤에서 바짝 붙어 따라 오는 어린 아들과 그 모습을 보고 걱정하는 딸의 목소리가 네티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당시 전씨는 의족을 차고 방에서 거실로 두 발에만 의지해 걸어 나왔다. 초등학교 5학년인 첫째 딸은 엄마의 모습을 촬영했고, 두 살 아래인 아들은 엄마의 뒤에서 쫓았다. 이 영상에는 440만 재생수를 기록했고 1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한 네티즌은 “아이가 뒤에서 엄마 넘어질까 봐 잡을 준비하는 모습에 울컥했다”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아이들이 엄마를 도와주는 모습이 참 예쁘다. 행여나 아이들의 도움에 미안함이나 죄책감 느끼지 마시라. 가족끼리는 원래 돕고 사는 것이다. 아이는 엄마의 상황에 대한 슬픔보다 기쁨이 더 클 것이다. 아이가 걸음마 뗐을 때 엄마의 기쁨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적었다.



전씨는 이날 의족을 고쳐서 가져다준 의족 업체 대표의 권유로 목발 없이 처음 걸어봤다고 했다. 그는 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의족 연습을 하면서 과연 내가 두발로 다시 걸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걸을 수 있기에 흥분했었다”며 “아들이 뒤에서 따라오는 줄은 알아도 나를 받쳐주려고 했는지는 몰랐다”고 했다.




전씨는 지난해 9월부터 다리를 절단한 자신의 일상을 담아 인스타그램(instagram.com/haesun_22)에 올리고 있다. 투병으로 몸도 마음도 지쳐 집에서 우울한 나날을 보낼 당시 가족과 지인의 추천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아이와 나란히 앉아 치킨 다리를 뜯는 것, 하교한 아이에게 간식을 챙겨주거나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려주는 등 소소한 일상의 순간이 담겼다. 여전히 극복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일로 희망을 얻고 꿈을 꿀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전씨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내 일상으로 누군가 용기를 얻는다는 반응을 보고 감사함을 느끼고 저 역시 힘을 얻는다”고 했다.



그가 절단 장애인으로서 용기 내 세상에 낸 목소리에 따뜻한 손길이 닿았다. 인스타그램에 팔로워가 거의 없었던 시절부터 7000명에 이르는 현재까지 하루가 멀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주는 이들이 그랬고, 엄마의 의족을 고쳐서 쓰라며 선물한 생면부지 네티즌이 그렇다. 성우 안지환씨는 첫째 딸이 성우를 지망한다는 사실을 인스타그램으로 접해 듣고 방송국에 초청하고 싶다는 댓글을 달았고, 전씨 가족은 SBS 제작진의 초대로 지난 2월말 ‘TV동물농장’ 더빙실에 방문하기도 했다. 전씨는 “아픈 엄마여서 아이들과 함께 못한 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딸의 꿈이 이뤄지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감격했다.

전혜선씨와 가족들이 성우 안지환씨 등 초대로 지난 2월 SBS ‘TV동물농장’ 더빙실에 방문한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전씨는 장애인 인식 개선에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당사자들은 마음의 상처로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것을 종종 어려워합니다. 저도 한때 그랬고요. 다른 사람들과 다른 모습이지만 더이상 숨기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내 진짜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히려 저를 더 사랑하게 됐어요. 다른 분들이 저를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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