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창백한 푸른 점” 빚더미 가장 울린 글 [아살세]

“우주의 창백한 푸른 점” 빚더미 가장 울린 글 [아살세]

입력 2024-07-07 18:06 수정 2024-07-07 18:40
기사와 상관없는 참고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따뜻한 한마디라도 듣고 싶습니다”

여기, 여행업에 종사하다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다는 한 남성이 있습니다. 당장 막아야 할 채무만 수천만원. 가족에 도움을 청해봐도 돌아오는 건 거절뿐. 거절한 사정이 있었겠지만,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남성은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습니다. 돈을 빌려달라는 게 아닙니다. 지친 마음을 달랠 위로의 한마디를 부탁한다는 것이었죠.

덤덤하게 써 내려간 글이었지만 남성은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딸에게 미안하다고 했고, 처절한 외침을 할 곳이 온라인 공간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불쾌한 글이라면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면서도 응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죠.

그의 글에는 18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수백수천명이 응원한 것도, 모두가 그를 달래준 것도 아니었습니다. 위로 대신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 사람도 있었습니다.

한 네티즌은 “가족도 나쁜 마음으로 그러진 않았을 것”이라며 개인회생 절차를 밟으라고 말했고, 다른 네티즌은 “저도 올해 정말 힘든데 어떻게든 버티는 중”이라고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라도 하소연을 마음껏 하라” “막막하겠지만 반드시 끝이 있을 테니 힘내시라” 등 응원의 댓글도 있었습니다.

과하게 친절한 것도, 지나치게 공감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남성의 고민에 귀 기울여주고 진심을 담아 답변을 남겼을 뿐이었습니다. 그것도 18명. 20명이 채 안 되는 사람들. 이들의 진솔함 덕분에 남성은 깊은 위로를 받았던 모양입니다. 그는 이틀 뒤인 7일 “위기를 넘겼다. 감사하다”며 후기를 전했습니다.

그는 “여러분들의 응원, 따뜻한 댓글들 하나하나 잘 읽었다”며 다행히 한 친구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해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친구에게 상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일기는 일기장에 적어야 하지만 제 각오를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반드시 지키겠다”며 “여러분들의 걱정과 위로에 힘을 얻었다. 여러분들에게도 마음의 빚을 졌다”고 말했습니다. 이 후기에도 “좋은 소식 전해줘 감사하다” “응원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위기에 처한 한 가장에게 또 한 번 용기를 안 겨준 네티즌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한 댓글이 있었습니다. 댓글 작성자는 정성스레 적은 위로의 글과 함께 한 사진을 공유했는데요. 짙은 어두움으로 뒤덮인 우주, 그 속에 마치 점처럼 희미한 빛을 내고 있는 지구의 사진었습니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태양계 탐사선 ‘보이저 1호’가 찍고, 칼 세이건이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제목을 붙인 사진이었죠. 혹시라도 이 남성과 비슷한 상황 속에서 고민하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댓글을 공유할까 합니다.

나사(NASA) 보이저 1호가 찍은 최초의 태양계 '초상화'의 일부. 나사는 이 사진에 대해 "지구에서 40억 마일 이상 떨어진 곳, 황도에서 약 32도 위에서 태양계 모자이크를 위해 총 60개의 프레임을 찍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나사 홈페이지

“이 사진 보신 적 있으시죠?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제목의 걸작입니다. 돈 걱정 없이 사는 세계 최고의 부자도, 정반대로 우리처럼 매일 먹고 살 걱정하는 가진 것 없는이도 다 저 안에서 살다가 떠납니다. 당장의 어려움이 높은 벽처럼 느껴지시겠지만, 이 시기를 넘기고 나면 별것 아닌 일로 기억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너무 부끄러워 마시고, 인생을 수치스럽게 여기지 마시고 자긍심을 가지세요. 제가 선생님의 지난 글들을 죽 살펴봤는데, 마음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디 포기하지 마시고, 지금의 어려움 안에서 출구를 찾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간 웃으면서 오늘을 회상하실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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