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이 대표팀과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한 ‘작심 발언’ 이후 무거운 마음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안세영은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제 입장은 한국 가서 다 얘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지금 (상황이) 많이 복잡하다. 한국에 가서 이야기해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진행된 배드민턴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혼합복식 은메달리스트 김원호-정나은을 염두에 둔 듯 “많은 선수가 축하받아야 할 자리인데 축하받지 못하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비치는 것 같다. 축하받아야 할 선수들은 축하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자신이 기자회견에 불참한 이유에 대해서는 “딱 기다리라고만 하니까 저도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언급했다. ‘체육회에선 선수 의사로 안 나왔다고 했는데 아니었나’는 물음에는 “저한테는 다 기다리라고 하고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저도 지금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했다. 기다리라고 한 주체가 대한체육회인지 대한배드민턴협회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안세영은 전날 금메달을 딴 직후 기자회견에서 “제 부상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실망했었다.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연합뉴스 인터뷰에서는 대표팀 훈련 방식의 비효율성, 복식 중심의 운영 등을 구체적으로 비판했다.
이날 안세영은 공항에 먼저 도착해있던 부모님과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여자 단식 동료 김가은(삼성생명)과 편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눴고, 여자 복식 선수들과도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배드민턴협회장, 일정 바꿔 따로 귀국…감독 ‘묵묵부답’
안세영은 다만 김학균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과는 별다른 소통이 없었다. 김 감독은 심지어 안세영이 출국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순간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안세영의 옆을 지나갔다.
김 감독은 취재진에 “말씀드릴 게 없습니다” “말할 게 없어요”라고 한 뒤 여러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안세영과) 얘기 나눠 보셨나’ ‘부상 관리와 훈련 방식에 대한 지적이 있다’ ‘선수가 감독님에게 서운함을 표현한 것 같다’ 등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번 올림픽에 동행했던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은 당초 선수단, 코치진과 같은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으나 급히 다른 항공편으로 변경해 먼저 파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편을 급히 바꾼 것이냐’는 물음에 협회 관계자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김 감독, 김 회장을 비롯한 대표팀 지도자들과 협회 관계자들은 이틀째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