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30대 남성이 전 여자친구 집을 찾아가 살해한 사건은 이별을 통보받은 뒤 재결합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이른바 ‘교제 범죄’로 드러났다.
4일 부산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30대 남성 A씨는 헤어진 여자친구인 20대 여성 B씨에게 다시 교제하자고 요구하며 다투던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앞서 A씨는 전날 오후 7시36분쯤 연제구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인 20대 B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범행 이후 “여자친구를 죽였다”고 자진신고한 뒤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투신을 시도하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범행 며칠 전 피해자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고 재결합을 요구하고자 사건 당일 B씨의 집을 찾았다. 다시 만나자는 제의를 거절당한 A씨는 B씨와 다투다가 자기 집에서 챙겨간 흉기를 그에게 휘둘렀다.
경찰은 A씨가 흉기를 미리 준비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계획범행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
피해자의 집 비밀번호를 몰랐던 A씨는 피해자가 배달 주문한 음식을 받기 위해 문을 연 사이 집 안에 침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피해자 집 문이 열리기 전까지 장시간 복도와 옥상 등에서 대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는 1년가량 교제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A씨를 세 차례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 내용은 “대화하는 중 A씨의 목소리가 커서 무섭다”거나 “길가에 A씨가 있는 것 같아 두렵다”는 것 등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이들을 분리하는 등 조치했으며, 피해자가 A씨의 처벌과 스마트워치 착용 등 신변 보호를 원치 않아 사건을 종결했다”며 “살인 사건이 발생한 당일에는 피해자가 신고한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A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