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백은영] 줄기세포 연구 신중해야

[시사풍향계―백은영] 줄기세포 연구 신중해야

입력 2009-05-0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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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는 줄기세포로 대부분의 질병이 완치될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예측에 때 맞춰 우리 정부도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승인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황우석 신화'의 붕괴로 과학적 진실과 생명윤리의 중요성에 비싼 수업료를 치른 일반인의 관심을 다시 한번 끌어들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행스럽게도 줄기세포에 대한 상식이나 관심이 아직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하긴 컴퓨터에 들어가면 난치병과 희귀병을 치료하는 세계 유수의 줄기세포 연구소들을 비교 분석해 볼 수 있는 정보는 얼마든지 얻을 수 있으니까. 성인 몸 속의 줄기세포로 병을 치료하는 연구소의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인간 몸 속의 중간엽줄기세포를 증식해 또 다른 인간을 만들어 낼 것 같은 기세는 이미 지난 이야기다. 이제는 신체 장기를 하나씩 점령하여 파킨슨병, 치매, 척추·심장질환 등을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치료할 수 있는 지 동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을 뿐더러 노화를 질병의 코드로 분류하여 역(逆)노화를 외치며 줄기세포를 상품화해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어른의 피부세포를 역분화시켜 배아줄기세포를 얻은 후 장기분화를 얻어내는 자가세포치료의 가능성도 시사되고 있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면서 하나의 세포 분화가 시작된다. 2배, 4배 … 그리고 일주일이면 6000배. 물론 실험실에서 나온 결과다. 사람 몸 속에서는 계속되는 세포분열로 10개월의 시간이 지나면 200조개의 세포인 인간의 형태가 나타나지만 실험실에서는 어떤 환경을 만들어줘도 그 이상의 분화는 잘 진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어쩌면 배아줄기세포란 1주일에 6000배의 비즈니스를 꿈꾸는 무의식의 현실적 돌출이었을지도 모른다. 주식시장으로 치자면 평생 한 번 올인해 볼 만한 스톡옵션 이상의 스릴일 수도. 이렇듯 대박을 꿈꾸는 일부 몰염치한들의 무의식에 불을 질러 놓을 수 있기에 사람들은 배아줄기세포에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인간복제의 위험성이나 윤리를 무시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는데도.

사람의 세포 한 개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속 염기체 안의 염기 서열을 나열하면 AGCT 염기의 반복서열이 달나라를 일곱 번 반이나 왕복한다고 한다. 0101001… 컴퓨터의 이진법으로도 지구를 정보의 바다에 빠뜨려버렸는데 AGCT 네 염기 사진법의 생물학적 컴퓨터는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컴퓨터의 1조배 용량이다.

미국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이진법인 IT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미국이 지금은 그 1조배의 용량은 되어야 경제난국을 타개할 것이라는 또 다른 계산의 무의식 코드를 드러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연구지원 금지 규정이 풀리면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라는 정책적 대안이 시대의 코드에 맞아 떨어진 것이다. 생명공학의 잠재력을 이 시대의 돌파구 역할로 기대해 본다는 깊은 뜻을 읽을 수 있다.

우리는 황우석 사건으로 과학적 진실이 없는 불발탄에 소모전을 하는 사이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줄기세포 허브가 되었고, 일본 역시 한 연구소에 지원되는 연구비가 우리나라 예산과 맞먹는다고 한다. 황우석 사건으로 열병을 앓고 난 우리로서는 좀 더 따져보고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테니 큰 기대를 건다는 건 아직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복제 양을 처음 성공한 영국 등 많은 선진국에서 드러나는 인간 배아줄기세포, 특히 체세포 복제를 통한 배아줄기세포의 연구와 관련된 문제점을 우리도 한번 더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다시 시작하는 생명공학의 과학적 진실과 생명 윤리의 중요성부터 다시 챙기고 다져서 한국의 생명공학의 브레인이 세계로 뻗어나갈 모판을 잘 심었으면.

백은영(더 베이 줄기세포 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