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한국축구] ④ 부실한 유소년 축구

[진단! 한국축구] ④ 부실한 유소년 축구

성적 지상주의 풍토…‘어린 싹’ 자라지 못한다

입력 2014-07-03 02:06 수정 2014-07-0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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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잉글랜드 스페인 등 축구 선진국의 공통점 중 하나는 유소년 축구가 활성화돼 있다는 점이다. 유명 축구 클럽은 유소년 클럽을 만들어 아이들을 육성하고, 훌륭하게 자란 선수들은 소속 클럽뿐 아니라 국가대표의 중심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잘 이뤄져 있다. 월드컵 등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유소년 축구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엘리트 축구에 매몰돼 유소년 축구 육성을 등한시하고 있다. 한국의 유소년 축구 클럽은 축구 선진국에 비해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대한축구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유소년 축구 클럽은 1616개에 불과하다. 반면 독일의 경우 무려 9만6917개나 됐다. 유소년 축구 클럽 소속 선수도 한국은 3만4887명이지만 독일은 192만5918명이나 된다. 잉글랜드도 4만6150개 축구 클럽 대부분이 유소년 클럽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유소년 축구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성적 지상주의’ 때문이다. 성적에 모든 훈련을 맞추다 보면 팀플레이는 지키는 축구와 이기는 축구로 한정된다. 이럴 경우 팀플레이가 단순화되면서 선수들의 개인기와 기본기를 충실히 다질 시간이 줄게 된다.

한국 유소년 축구는 또 성적 지상주의 때문에 초·중·고등학교가 운영하는 학원 축구가 프로축구 클럽 등이 선수를 육성하는 클럽 축구를 압도하는 기형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가뜩이나 전체 유소년 축구 클럽이 적은 가운데 재미와 기본기를 중시하는 클럽 축구 대신 대학 입학에만 목매는 학원 축구가 득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의 경우 학교 축구팀은 사실상 전무하고, 클럽 위주로 유소년 축구가 운영된다. 그래서 대학에 가지 않고 체계적으로 기량을 발전시켜 세계적인 클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 독일 대표팀의 공격수 토마스 뮐러는 바이에른 뮌헨 유소년 클럽 출신이다. 잉글랜드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소년 클럽에서 실력을 갈고닦았다.

이에 반해 한국은 좋은 성적을 거둬 더 좋은 대학에 진학, 학맥·인맥을 쌓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 엔트리 선정 때도 학맥·인맥으로 인한 ‘의리 축구’ 논란이 불거진 게 대표적인 사례다. 브라질월드컵에서 큰 활약을 펼친 손흥민이 고교를 중퇴하고 독일 함부르크 유소년 클럽으로 축구 유학을 떠난 것과 대비된다. 한국의 차세대 기대주 이승우도 학원 축구에서 벗어나 현재 FC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팀인 후베닐 B에서 뛰고 있다.

성적 지상주의 때문에 학원 축구와 클럽 축구 간 부조화도 심각하다. 유명 대학들은 입학을 위해 고교 대회 성적표를 요구한다. 그런데 고교 대회와 같은 토너먼트 대회는 학원 축구팀만 뛸 수 있다. 클럽이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유소년 클럽은 대회 참가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최근 은퇴한 박지성은 석사 논문을 통해 “학원 축구와 클럽 축구의 경계를 분명히 하되 점차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통합적 구조로의 발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은 이에 대해 팔짱을 끼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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