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과일이 둥근 까닭

국민일보

[사이언스 토크] 과일이 둥근 까닭

입력 2015-01-10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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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 대 부피 비율. 위키피디아
수많은 과일 중 삼각이나 사각형처럼 각진 모양을 지닌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약한 사각타원형인 바나나를 제외하고 대개 과실은 원형 또는 타원형의 둥근 모양을 띤다. 그런데 ‘왜 과일은 둥근가’에 답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단지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여 나뭇가지에서 잘 익을 때까지 온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일까.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있듯 과일이 둥근 것에도 이유가 있다. 과실은 종족 유지에 필수적인 씨앗을 담고 있다. 모든 생명체처럼 과수들도 종족 유지를 위해 생존영역을 넓히려 한다. 서식범위를 넓히는 데는 운동성이 필수적이라 그들은 동물의 이동성을 이용한다. 작고 둥근 과실은 소형 동물과 새들이 선호하는 먹이 형태다. 목 넘김이 쉬운 먹잇감은 이들에 의해 섭식되고 씨앗은 동물 배설물과 함께 다른 곳에 뿌려진다. 배설물은 씨앗이 발육하는 데 훌륭한 토양성분으로 작용하며 새 생명의 성장을 돕는다. 과일의 각 없는 둥근 형태는 바람과 동물에 의한 간섭이나 마찰로부터 받는 영향을 최소화하여 가지로부터 떨어지는 확률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생명의 근원인 물(수분)의 보존에 있어 최상인 형태가 선택된 진화적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생존을 위해 물을 효율적으로 지니기 위해서는 표면적 대 부피의 비율이 중요하다. 즉, 외부와 접하는 표면적을 줄이고 물을 담는 내부 부피의 극대화 전략이 필수적이다. 예로서 동일한 부피를 지닌 정육면체와 구형이 지닌 각각의 표면적 크기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27㎤의 부피를 지닌 정육면체의 표면적은 54㎠인 데 반해 같은 부피의 구형은 43.5㎠의 표면적을 지닌다. 구형의 외부에 노출된 표면적은 정육면체의 80.5%에 불과하다. 구형이 생존에 보다 유리한 형태라는 것은 둥근 등 모양을 지닌 소형 딱정벌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둥근 모양은 생존을 위한 내용물 확보에 효율적이다.

외부에 드러남보다 내적 성숙함이 더욱 중요한 것은 오랜 교훈이자 추구해야 할 덕목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내적으로 충만하지 못하거나 정신적으로 미성숙함에도 외적인 성장과 화려한 겉치레에만 집착하는 풍토에 젖어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삶에 있어 외적 모습과 내적 품성의 바람직한 조화를 이룸에 있어서도 과실의 둥근 까닭을 투영시켜 볼 연유가 여기에 있다.

노태호(KEI 글로벌전략센터장)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