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정종성] 소의 뿔 바로잡기

국민일보

[시온의 소리-정종성] 소의 뿔 바로잡기

입력 2015-01-2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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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옛날 중국에서는 종(鐘)을 처음 만들 때 뿔이 곧게 나 있고 잘 생긴 소의 피를 종에 바르고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 농부가 제사에 사용할 소의 뿔이 조금 삐뚤어져 있다고 생각해, 균형을 잡으려고 팽팽하게 뿔을 동여맸더니 뿔이 뿌리째 뽑혀 소가 죽었다. 그래서 ‘소의 뿔이 보기 싫다고 이를 바로 잡으려다 소까지 죽인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세월호사건 당일 ‘7시간의 공백’과 관련해 여러 민망한 소문들이 나돌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검찰의 대응을 주문했다. 이때 검찰이 사이버전담팀까지 구성하며 과잉대응에 나서자 세간에 이 고사성어가 회자됐다.

지난달 19일에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에 대해서도 교각살우라는 지적이 나왔다. 헌재는 통진당에 대해 북한식 사회주의체제를 위해 폭력혁명을 추구할 목적으로 활동한 정당으로 단정했다. 여론조사를 보면 60% 이상의 국민이 해산 선고가 정당했다고 봤다. 그러나 여전히 40%의 국민들은 교각살우를 연상하듯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나’라며 우려하거나 ‘민주주의에 대한 사형선고’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겨우 3% 이하의 지지를 받던 정당의 해산 선고에 대해 무려 40%의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선고문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대역(大逆)과 불사(不赦)의 죄요 존재와 본질에 관한 문제”라며 매우 격한 해석을 제시한 안창호 조용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에는 공안 검사의 기소를 무색케 할 정도의 극우적 ‘이념’이 꿈틀거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극좌’ 뿐만 아니라 ‘극우’ 또한 국가공동체의 위해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복음서에는 알곡이 자라야 할 밭에 가라지가 있으니 뽑아 버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담은 ‘알곡과 가라지’ 비유가 소개돼 있다(마 13:24∼30). 이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은 매우 시사적이다. “가만 두어라. 가라지를 뽑다가 알곡까지 뽑을까 염려된다”(29절).

알곡에서 가라지를 구분해 뽑아내는 일은 엄격하게 해석·적용돼야 한다. 악을 제거하는 데 치우친 판단이나 선입관이 작동하면 결국 ‘소의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비유컨대 극소수의 가라지 때문에 그나마 퇴행 위기에 서있는 한국 민주주의라는 알곡을 이렇게 뽑아버려도 되는지 심히 우려된다는 지적인 셈이다.

무엇보다 통진당 문제는 향후 한반도 통일시대를 앞두고 우리와 너무 다른 북한과 소통해야 할 한국이 어느 선까지 사상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통일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정체성의 위기나 상실을 빌미삼아 모든 것을 동질화하고 획일화하려는 ‘정통주의’(orthodoxy)의 환상과 유혹을 버려야 한다. 정통주의란 실체 없는 ‘과잉의 진리의지’로 인해 신념화된 극우적 이념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하나님이 유대와 이방의 장벽을 허물고자 베드로를 고넬료에게 보내기 전, 베드로로 하여금 불필요하게 ‘교각살우’ 하지 못하도록 무려 세 차례나 보자기 안의 짐승들을 잡아먹으라며(행 10장) 철저하게 ‘통일교육’을 시켰다는 점이다. ‘과잉의 진리의지’에 사로잡힌 베드로가 그대로 고넬료에게 내려갔더라면 그는 도리어 복음을 가로막는 적그리스도가 되었을 것이다.

통일을 꿈꾼다면 특별히 경계해야 할 이들이 있다.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려 하거나 그 일에 목숨을 바치려는 자들이다. 소의 뿔이 눈에 거슬리는 자는 도리어 제사의 본질을 크게 왜곡하고 변질시키며, 훼손할 위험을 지니고 있다. 소의 뿔은 소의 몸이 견딜 수 있을 만큼 언제나 적당히 무질서하다.

정종성 교수 (백석대 기독교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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