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포퓰리즘 프레임

국민일보

[한마당-김명호] 포퓰리즘 프레임

입력 2015-03-05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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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이른바 ‘김영란법’ 처리를 합의한 지난 2일 늦은 밤, 함께 곱창을 구워먹다 합의사항을 보고받은 야당 중진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내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반대할 의원들은 거의 없을 테고, 아마도 곧 누군가 위헌 소송을 낼 것이고, 국회나 관공서 주변 식당, 선물업체 등 서민 자영업자들은 아우성칠 테고….” 취지는 좋으나 위헌 소지가 다분한 내용을 좀 다듬을 생각은 왜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바로 답한다. “그걸 어떻게 반대해.” 찬반을 알 수 있는 기명투표이고, 선거가 1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의원들이 감히 반대할 수 있느냐는 뜻이다. 찬반을 비공개로 한다면 부결될 것이라는 다른 중진의원들의 예상도 소개했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은 법임을 대부분 의원들은 알고 있다.

김영란법 처리는 이른바 ‘개혁 프레임’에 걸렸다. 선과 악의 이분법 구조다. 반대하면 개혁 반대·부정부패 세력으로 몰릴 수 있다. 그러니 구멍이 숭숭 뚫린 법 내용이라도 반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개혁 프레임에 가둬 버린 것인데, 근데 그게 개혁일까. 적확하게 표현하면 ‘포퓰리즘 프레임’에 갇힌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아니 그 이전부터 끊이지 않았던 기득권층의 부정부패는 사회·세대 갈등, 양극화가 극심해진 지금 민심에 불을 붙이고 있다. 대중은 환호한다. 무상복지처럼 말이다. 반(反)개혁·부정부패 보호 세력이라고 찍히면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법 내용에 문제가 많으니 벌써 개정 얘기가 나온다. 이쯤 되면 법안을 만든 국회 정무위나 정무위 법안소위의 의원들이 입장을 내놔야 할 듯싶다. 문제 조항이나 빠진 조항들에 대해 타당한 논리와 주장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야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이성적 토론과 공방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집단(국회·정당) 보호막 속에서 저지른 무책임한 행위 아닌가. 취지도 살리고 현실 적용 가능한 법으로 재탄생했으면 좋겠다.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