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남자간호사 1만명 시대

국민일보

[한마당-김준동] 남자간호사 1만명 시대

입력 2016-02-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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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전문직에 성차별은 없으며, 간호전문직 역시 남녀 차별이 없어야 합니다.”

한국 최초의 남자간호사 조상문(78)씨가 2012년 ‘남자간호사 탄생 50주년 기념행사’에서 한 말이다. 간호직은 한동안 금남(禁男)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남자간호사는 1936년 서울위생병원 간호원양성소(삼육보건대학교 전신)에서 처음 배출됐다. 이후 61년까지 22명이 양성됐지만 당시 면허는 여성만 받을 수 있어 이들은 정식 간호사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다 간호사 자격시험이 국가시험으로 시행된 지 2년 만인 62년 남성에게도 응시 자격이 주어지게 된다. 남녀 차별이라는 거센 비난에 결국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국내 1호 남자간호사의 영예는 가톨릭 신부를 꿈꾸던 조씨의 몫이 됐다. 서울위생병원 간호학교를 졸업한 그는 62년 시험에 합격해 간호사 면허증을 받았고, 주로 응급실에서 첫 ‘백의의 전사(戰士)’로 이름을 알렸다. 편견이 사라지면서 대학의 문도 서서히 열렸다. 연세대 간호대는 68년 남학생 입학을 처음으로 허용했고, 9년 후에는 서울대 간호대가 남학생에게 굳게 닫혔던 문을 열었다.

남자간호사가 탄생한 지 54년 만에 그 숫자가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대한간호협회는 올해 간호사 국가시험 시행 결과 전체 합격자 1만7505명 중 9.9%인 1733명이 남성으로 집계됐다고 16일 발표했다. 올해 합격자를 포함하면 전체 남자간호사는 1만542명이다. 전문직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남자간호사도 늘고 있는 것이다. 간호사계의 거센 남풍(男風)이라고 할까. 병원마다 남자간호사를 향한 러브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여자의사의 비율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의사협회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10명 중 3명꼴이다. 이제 남자간호사, 여자의사가 전혀 낯설지 않게 됐다. 성별 영역 파괴가 어디까지 갈지 자못 궁금하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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