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최고의 시인… 그분의 언어를 좇아 평생을 詩와 걸었다”

“예수는 최고의 시인… 그분의 언어를 좇아 평생을 詩와 걸었다”

황금찬 기독시인 백수(白壽) 기념 예배

입력 2016-06-26 20:50 수정 2016-06-2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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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동교회에서 25일 열린 백수 감사예배에서 황금찬 시인이 상념에 잠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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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고 제자들이 찾아와 황 시인에게 큰절을 올린 뒤 인사를 드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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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시인은 예수다. 예수의 언어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해왔던 황금찬 시인의 백수(白壽·우리나이로 99세)를 기념해 그의 시와 삶을 돌아보는 행사가 열렸다. 문단 최고령으로 평생 시 쓰는 일밖에 몰랐던 시인의 삶이 오롯이 드러난 시간이었다.

서울 초동교회(손성호 목사)에서 25일 열린 ‘후백 황금찬 시인 백수 감사예배와 기념행사’는 문인 교우들이 황 시인을 위해 준비한 자리다. 황 시인은 1955년 당시 조향록 목사가 담임으로 있던 시절 이곳을 찾았다가 ‘이 교회에 일생을 묻으리라’ 결심한 뒤 60년 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손성호 목사는 감사예배에서 창세기 24장 26∼27절 말씀을 본문으로 ‘만남, 기쁨, 그리고 위로’라는 설교를 했다. 손 목사는 ‘청자매병을 찾아 긴 여행을 떠났노라’로 시작하는 황 시인의 시 ‘청자매병’을 인용했다.

그는 “험한 현대사 속에서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 청자매병을 찾아 헤맸던 시인이요, 기독인으로서 마침내 누군가를 만난 기쁨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신 은혜가 참으로 크다”며 “그 은혜로 지금까지 든든히 서 주신 황 선생님과 곁에 계시는 주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진행된 축하 행사에선 시가 물결치듯 넘실거렸다. 엄경숙 시낭송가와 시인 김경안이 각각 황 시인의 작품 ‘한강이 흐른다’와 ‘에바다’를 낭송했다.

이수웅 건국대 명예교수는 황 시인과의 추억을 회고하면서 “참으로 가난하게 사신 분으로, 그 가난의 미덕이 아름다운 시로 형상화됐다”고 했다. 또 “지금까지 시집 39권, 문장론과 수필집 22권을 내시면서 하루도 놀 새가 없이 사셨는데, 좀 놀고 사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1953년 등단한 황 시인은 39권의 시집과, 8000여편의 시를 남겼다.

1918년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난 황 시인은 일제강점기 함경북도 성진에 살 때 형을 따라 성결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그는 마가복음 7장, 예수가 청각장애인을 향해 외쳤던 ‘에바다(열려라)’란 말을 특히 좋아했다. 사랑과 능력이 담긴 이 말을 ‘절대어’라고 불렀다. 예수님의 에바다 외침이야말로 성경 전체의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하곤 했다.

김영진 성서원 대표와 전덕기 한국통일문인협회 이사장이 매주 초동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황 시인과 함께 보내던 시간을 증언했다. 김 대표는 “어느 자리에서든 자연스레 좌장이 돼 시를 읊던, 아이같이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황 시인을 기억했다. 전 이사장은 “문인들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던 시인은 한국문단의 산 역사나 다름없다”고 했다.

김태준 동국대 명예교수는 2009년 먼저 세상을 떠난 시인의 장남 황도제 시인의 시 ‘아버지와 달’을 낭송하며 살짝 목이 메기도 했다.

이날 행사엔 교우들 외에 황 시인이 55년부터 78년까지 재직했던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성고 제자 30여명도 참석했다. 이들은 무릎을 꿇고 큰 절을 올렸다. 평소 제자들은 물론 어린 학생에게도 말을 놓지 않던 황 시인은 머리 숙여 이들의 인사를 받았다. 그리곤 “서정주가 읊었던 시”라며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로 시작하는 김소월의 시 ‘가는 길’을 끝까지 또박또박 읊었다.

황 시인은 “누가 ‘그게 무슨 시냐’고 묻자, 서 시인이 ‘가슴에 담아두고 영원히 영원히 읊어볼 시’라고 말했다 한다”며 “오늘 그 말이 이 자리에서 여물어서 별처럼 떨어지는 걸 봤다”고 했다. 그리곤 “여러분, 평안히, 영원히, 다시 한 번 영원히…” 끝내 말을 다 잇지 못한 채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흘렸다.

요즘 시인은 한우농장을 운영하는 둘째아들 도정씨와 함께 강원도 횡성군에서 지낸다. 이번 행사를 위해 이틀 전 서울에 올라와 컨디션을 조율했다. 2시간 넘도록 행사에 참석한 데 이어 가족들이 준비한 식사를 제자들, 교우들과 함께 나눴다.

연로한 탓에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인터뷰가 쉽진 않았지만, 시인의 말은 달랐다. 내놓는 말은 하나같이 군더더기 없이 간결했다. 지금도 말하는 것이 꼭 시 같다는 기자의 말에 “시인은 늙어도 시는 늙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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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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