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신드롬, 유례없는 팬덤 낳았다

국민일보

조성진 신드롬, 유례없는 팬덤 낳았다

연주회 원정가는 팬도 다수… 해외 언론에서 젊은 한국 여성팬을 그루피라며 비하하기도

입력 2016-07-07 17:25 수정 2016-07-07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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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 모습. 지난해 한국인으로는 처음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클래식계에서 유례없는 팬덤을 만들어냈다. 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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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계 오빠부대를 본격적으로 등장시킨 피아니스트 임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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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층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프로젝트 그룹 앙상블 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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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성진(22) 신드롬이 여전히 국내 클래식계를 달구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인으로는 처음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등장한 조성진 팬덤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는 15일 조성진이 협연자로 나서는 서울시향 공연 티켓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정가보다 몇 배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온라인으로 티켓을 재판매하는 ‘티켓베이’에 등록된 최고가는 R석 1장에 35만원. 원가 7만원의 5배에 해당한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1회 국제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 여행상품은 금세 매진됐다. 오는 31일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협연자로 나서는 조성진을 보기 위해서였다. 여행상품 기획사 문화예술채널 아르떼TV는 “문의전화의 70∼80%가 조성진에 대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조성진의 한국 연주 기회가 드문 상황에서 서울시향 공연은 물론 비행기로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블라디보스토크 공연은 팬들의 구미를 당길 수 밖에 없다. 일본은 물론 유럽에서 열리는 조성진의 연주회를 보러 원정가는 팬들도 적지 않다.

지난 6월 프랑스 르 몽드는 조성진 연주회 리뷰에서 공연장 앞에 몰려있던 한국 팬들을 ‘젊은 한국인 여성 그루피(groupie)’라고 표현, 팬들 사이에 갑론을박을 일으켰다. 그루피는 원래 음악 밴드를 뜻하는 그룹에서 파생된 말로 멤버와 친밀한 관계, 나아가 성적인 관계를 원하는 젊은 여성을 비하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일부 원정팬들의 공연 중 촬영, 자리이동, 새치기, 조성진과의 신체접촉 등 무례한 태도 및 사생활 침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오빠부대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팬덤이 한국 클래식계에 본격적으로 나온 것은 2000년대 초반 피아니스트 임동혁부터다. 세계 콩쿠르에서 한국인의 우승 소식을 접하기 힘들던 당시 주요 콩쿠르를 연이어 제패한 미소년의 등장은 젊은 여성 관객들을 연주회장으로 불러모았다. 2007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을 주축으로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앙상블 디토는 아예 젊은 여성층을 타깃으로 만들어졌다. 뛰어난 연주실력에 호감가는 외모를 가진 젊은 한국계 혹은 친한파 남성 연주자들로 구성한 앙상블 디토는 화보촬영, 뮤직비디오 제작 등 클래식 단체로서는 유례없는 마케팅을 펼치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지금도 매년 여름 페스티벌을 열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열광적인 팬덤에 대해 조성진 본인은 매우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조성진은 지난 1월 네덜란드 음악 잡지 ‘피아니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음반 발매 당일 사람들이 긴 줄을 서는 등 한국 내 인기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3년간 파리에 살 때 나는 완전히 익명의 보통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유럽에서조차도) 어딜 가든 한국 관광객이 나를 알아본다. 모국에서 나는 이미 프라이버시를 잃었다. 내 모든 것이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에 올라간다. 한국에서 내 인기가 걱정된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한국 클래식계에서 조성진은 스포츠계의 김연아 같은 존재”라며 “김연아로 인해 한국에서 피겨스케이팅 인기가 높아진 것처럼 조성진 때문에 클래식에 입문하는 대중이 급증했다. 하지만 유례없는 팬덤으로 사생활을 잃은 조성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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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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