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송인서적 부도… 문화융성의 민낯

[사설] 송인서적 부도… 문화융성의 민낯

입력 2017-01-04 18:34 수정 2017-01-04 21:31
국내 2위 책 도매업체 송인서적이 부도가 났다. 출판사에 어음 써주고 책을 받아 전국 서점에 유통시키는 업체다. 서점에서 책이 팔리면 다시 그 돈을 출판사에 지급하는 도서 유통의 중간고리가 끊어졌다. 출판사 2000여곳이 타격을 입게 됐다. 그중 500곳은 책 판매를 송인서적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송인서적 어음을 현금처럼 사용해온 출판계 피해액이 370억원대에 이른다. 출판사들은 난리가 났다. SNS에는 “차라리 책을 불태우고 싶다”는 한탄이 잇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전·현직 장·차관과 간부들이 줄줄이 특검에 불려다니는 중이다.

우리는 이 정부가 4년간 외쳐 온 ‘문화융성’의 민낯을 보고 있다. 대기업에서 수백억원을 뜯어다 최순실씨 문화재단에 몰아주는 동안 정작 문화의 중요 혈관인 도서 유통망에는 돈이 돌지 않았다. 송인서적 부도에 대한 문체부 입장은 “개별 기업 문제여서 마땅히 할 게 없다”는 것이라고 한다. 이 문제를 놓고 할 게 없다면 반성문이라도 쓰라. 블랙리스트나 만들면서 창의적 문화 생산을 방해한 잘못, 주무 부처로서 소관 업계의 허약한 생태계를 정비하지 못한 무능, 외환위기 당시 줄도산 사태를 거울삼아 출범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까지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으킨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송인서적 부도는 동네서점이 사라지는 현상과 직접 관련돼 있다. 2위 업체도 감당치 못할 만큼 거래처가 줄었다. 한두 해 전부터 이색 동네서점이 재조명되기 시작했지만, 그 이면은 이토록 심각했다. 문화의 힘은 다양성에 있다. 책을 골라 독자에게 내놓는 시각이 몇몇 대형 서점에 국한된다면 지식정보의 1차 산업은 결코 다양성을 유지할 수 없다. 도서정가제 정비와 출판기금 조성 등 정책적 지원과 함께 문화소비자의 도움이 절실하다. 서점을 지키기 위해 책을 산다는 일본 어느 마을 주민들처럼 좋은 문화는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