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삶] 한국색, 중국색, 일본색

국민일보

[색과 삶] 한국색, 중국색, 일본색

입력 2017-03-0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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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시골마을 지붕색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고 나라마다 인상이 다르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 분위기 역시 우리와 다른 느낌을 준다. 물론 건물의 재료나 형태가 달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눈에 들어오는 색감 또한 분명한 차이가 있다. 건물에 적용하는 색깔은 그 나라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를 반영한다.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내가 받은 인상은 차분한 회색풍의 건물이다. 일본 도자기나 상품에서 익히 봐오던 그 현란한 색깔이 상업지역이 아닌 곳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힘없이 거리를 걷는 직장인들의 옷차림과 도시를 벗어난 시골동네는 마치 검정교복을 차려입고 줄을 서 있는 중학생처럼 철저히 통일된 무채색을 보여준다. 개인보다 집단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탓에 남들 눈에 튀지 않으려는 배려심의 결과물이 아닐까 한다.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인주의 경향이 뚜렷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다. 농촌 근대화운동의 산물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시골 마을의 지붕은 빨강·파랑·초록 등 자기 취향에 맞게 원색으로 칠한다. 한편, 중국의 대륙적 기질은 색채에서도 나타난다. 음양오행을 적용한 전통색의 영향에 따라 노랑과 빨강을 좋아한다. 영화 ‘마지막 황제 푸이’에서 보듯 세상의 중심을 상징하는 노랑은 오랫동안 일반 국민의 금지색이었다. 그래서 노랑 다음에 해당하는 양의 색 빨강을 건물과 인테리어에 흔하게 활용한다. 빨강은 부귀영화를 부르고 에너지 넘치는 색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색상대비 중심인가, 명도대비 중심인가는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주정적(主情的) 경향에 가까운 우리나라는 색깔 차이에 의존하고, 주지적(主知的) 경향에 가까운 일본은 밝기 대비에 의존한다. 반면 중국은 주술적(呪術的) 스타일이다. 색은 집단 속에서 개인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의사소통 방식이다.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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