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산다] 제주 해녀들의 공유자원 보존 방식

[제주에 산다] 제주 해녀들의 공유자원 보존 방식

입력 2019-01-2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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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어느 날 오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신동 해녀의 집에서는 해녀 30여명이 잠수복으로 갈아입고 물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며칠 바람 불고 춥다가 이날 바람도 자고 기온도 조금 올라갔다. “물이 차지 않아요?” 내가 물었다. “아직은 따뜻해요.” 해녀들이 대답했다. 기온은 차지만 수온이 상대적으로 높아 물에 들어가면 추운 걸 모른다는 말이다. 이들은 오늘 물에 들어가면 3시간에서 5시간은 물속에 있게 된다. 오늘 작업할 해산물은 소라다.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에는 지난 21일 밤 9시 서귀포 앞바다 기온은 섭씨 4도, 수온은 16.6~17.3도로 나왔다. 같은 시간 제주 앞바다는 기온 8도, 수온 16.6~17.1도로 표기됐다. 같은 시간 인천 덕적도 기온 3도, 수온 4.5~4.9도, 전남 목포 기온 5도, 수온 6.1~6.8도, 경북 포항 기온 4도, 수온 7.2~7.7도로 나온다. 수온은 육상보다 늦게 내리고 늦게 오른다. 제주 해녀들이 한겨울에도 바다에 들어가 물질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요즘 물일을 잘하는 해녀 상군은 하루 40~50㎏, 그보다 힘이 부치는 중군과 하군은 15~30㎏ 잡아온다. 해녀들이 잡은 소라는 즉시 마을 어촌계가 수매한다. 요즘 수매가는 1㎏에 5500원 정도. 30㎏을 잡으면 15만원이 넘고 50㎏이면 25만원이 넘는다. 어촌계는 해녀들로부터 수매한 소라를 일정한 지역에 살려 보관했다 적정량이 되면 일본으로 수출한다. 해녀들은 소라 외 전복, 문어, 해삼도 건진다. 전복은 드물게 잡히고 문어, 해삼은 심심치 않다. 문어는 1㎏에 1만7000원 정도. 해녀들은 고소득자다.

해녀들의 소라 잡이는 10월에 시작해 이듬해 5월까지 이어진다. 6월부터 9월까지 넉 달은 소라 산란기라 아무도 채취할 수 없다. 채취할 수 있는 소라의 크기도 직경 8㎝ 이상으로 제한된다. 소라를 담은 망사리를 뭍으로 들고 나왔다가 직경 8㎝가 되지 않는 것은 골라 바다에 던진다. 어촌계가 수매할 때 규격은 다시 한번 걸러진다. 이렇게 그들 스스로 규격을 제한함으로 자원을 보존하고 공급량을 조절해 가격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그들이 공유지인 바다 밭을 일궈 지속가능한 소득을 보장하는 아주 오래된 지혜다.

해녀들이 공유자원을 지키는 다른 방법은 산소통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수산업법은 해녀를 나잠어업(裸潛漁業), 즉 산소공급 장치 없이 자신의 호흡으로 잠수해 패류, 해조류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어업으로 분류한다. 당국에 신고한 자만 할 수 있다. 해녀들의 나잠어업 권리는 이렇게 법으로 보호되고 있다. 누군가 산소통을 메고 들어가 소라와 전복을 채취하기 시작한다면 제주도의 어자원은 곧 고갈되고 만다. 장치를 사용하는 소수의 사람이 한차례 큰돈을 벌고 치우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해녀들이 적지만 오래도록 소득을 나눠 보장하는 길을 알고 이를 지키고 있다.

어느 날 나이 먹은 할머니가 파리 패션에서 볼 수 있는 모자를 쓰고 동네 카페에 들어온다. 누군가 했더니 바다에서 잠수복을 입고 있던 그 해녀다. 다른 해녀는 예쁜 부츠와 스카프로 잔뜩 멋을 내고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러 온다. 바다에 나가며 그녀들이 카페에서 비싼 커피를 시킨다. 카페에서는 한 잔을 추가해 주고 종이컵을 더 준다. 그들은 나눠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도 때때로 호사하고 싶다.

박두호 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