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식상한 ‘택시기사 이준석’ “쇼 아닙니다, 택시산업 갈등 풀어보려고…”

국민일보

조금 식상한 ‘택시기사 이준석’ “쇼 아닙니다, 택시산업 갈등 풀어보려고…”

하루 12시간 근무, 월 200만원 수입

입력 2019-03-02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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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에서 그의 택시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달 1일부터 주 6일, 하루 12시간씩 택시를 몰고 있다. 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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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 부착돼 있는 기사 자격증. 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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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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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모실까요?”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가주세요.”

‘택시기사’ 이준석(34)을 만났다.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인 그는 지난달 1일부터 A운수 소속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다. 일주일에 6일 출근해 하루 12시간 정도씩 택시를 몬다.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이 방송에 출연했을 때나, 최고위원으로 국회에서 발언할 때와는 달리 수더분해 보였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고 요금 미터기를 켜는 손동작이 능숙했다.

이 최고위원은 반나절 민생 탐방 같은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택시 운전대를 잡은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이 추진되면서 두 명의 택시기사가 국회를 찾아와 자기 몸에 불을 붙이는 현실, 구산업(택시)과 신산업(카풀)이 극심한 갈등을 겪는 상황이 그에게 택시기사 자격증을 따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실제 현장에 들어가 택시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 양쪽을 중재할 방안은 과연 없는지 등을 체감하고 고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자는 서울 용산 전자랜드에서 고속버스터미널까지 30분가량 그의 택시에 동승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택시비 1만2200원을 계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치인의 택시기사 체험은 좀 식상하기도 하다. 왜 시작했나.

“안 그래도 저를 알아보는 분들은 왜 하냐고 많이 묻는다. ‘쇼’가 아니냐는 건데, 지금까지 많은 정치인들이 민생 탐방을 한다며 잠시 운전대를 잡았기 때문에 그럴 만도 하다. 제 경우는 애초 민심 청취를 목표로 한 게 아니었다. 카풀 서비스 계획이 발표되면서 택시업계와 신산업이 극심한 갈등을 빚는데도 정치권은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신산업을 진흥시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구산업이 새로운 환경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정치인의 일이다. 택시업계에 고충을 물어보려 찾아갔지만 동질의식이 없는 이에게는 잘 얘기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기사 자격증을 따고 택시회사에 들어갔다. 오전 조, 오후 조로 돌아가며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있다. 새벽 4, 5시부터 시작되는 오전 조로 잡히면 당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할 수밖에 없다.“

-하루 벌이가 궁금하다.

“12시간 중 차고지로 돌아가는 시간을 빼면 보통 11시간 일한다. 출근시간 등 피크 시간대에는 한 시간에 2만원까지 번다. 하지만 나머지 시간에는 시간당 6000원 정도밖에 벌지 못한다. 식사와 휴식시간 등을 감안하면 많아야 하루 15만~16만원의 수입이 생긴다. 여기에 회사마다 다른데 사납금을 12만~13만원 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돌아도 하루 3만원 정도 버는 셈이다.”

-예상보다 많지 않다.

“사납금을 다 채우면 회사에서 120만원의 월급이 나오니 약 200만원의 월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180만~200만원 버는 기사들이 대다수다. 주 6일 근무에 하루 12시간 일한 결과가 이 정도라 택시회사가 기사 모집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된다.”

-직접 겪어본 택시기사의 삶, 고단한가.

“일 자체도 힘들지만 승객들이 기사를 전반적으로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 저를 알아보는 사람과 알아보지 못하는 손님은 말투부터 다르다.”

-카풀 논란의 핵심은 뭐라고 보나.

“문제는 카풀, 타다 등 앱 결제 방식의 신산업이 사실상 유사 운송업이라는 데 있다. 타다는 디젤 카니발 차량을 운영하는데 택시가 쓰는 LPG 쏘나타보다 차량 가격에서 유지비까지 배 이상 든다. 소요가 많은 시간대에 고급화 전략을 쓰면서 택시업계와 경쟁하겠다는 목표로 들어온 건데, 신산업이라는 이유로 요금제 등에서 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와 지역에선 할증요금(탄력요금제)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한 시간에 2만원 벌 수 있는 피크 시간대에만 운영하고 나머지 시간대에는 차량 공급을 안 하려 한다. 12시간을 경직된 상태로 일해야 하는 택시기사들은 택시가 아니라는 이유로 카풀 등에 탄력요금제의 길을 열어준 것에 분개한다.”

-해결책은 뭐라고 보나.

“택시 수를 줄이는 방식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저임금 중노동이 일상화된 택시업계는 지금도 인력난을 겪는다. 당국이 요금제 규제 등을 동등하게 풀어줘야 한다. 그게 안 된다면 카풀이나 타다 등도 택시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구산업에 대한 진지한 고려 없이 정부가 갑자기 카풀 서비스를 허용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다. 야당이 역할을 해야 한다. 시간대나 지역에 맞춰 요금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기사들이 ‘유연한 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맞다.”

-기억에 남는 승객이 있나.

“주점에서 주방일을 하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노원역에서 방학동으로 가는 분이었는데 택시비 인상에 엄청 화를 냈다. 퇴근시간이 새벽 2시라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요금을 올리면 가계 부담이 커진다는 얘기였다. 정책 결정자들이 새 정책을 만들 때 여러 환경을 제대로 들여다봤는지 의문이다.”

-택시에서 여론을 청취했을 텐데 왜 20대 남성들이 정부에 등을 돌렸다고 생각하나.

“문재인정부가 겉만 화려한 모델하우스(청년 대책)를 지나치게 거창하게 팔았다. 막상 입주하고 보니 과연 모델하우스와 일치하는가 문제에서 젊은 세대가 느끼는 괴리감이 크다. 이런 상황에 여당 의원 입에서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은 그들이 전 정권에서 제대로 교육을 못 받아서 그렇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의 20대는 누구보다 교육을 잘 받은 세대다. 국민을 가르치려는 듯한 정부의 태도에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이 최고위원은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은 듯 보였다. 하지만 그는 목적지에 도착해선 “사납금을 채우려면 시간이 빠듯하다”며 기자를 하차시킨 뒤 서둘러 다른 승객을 찾으러 떠났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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