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새겨진 말씀 덕분 담대하게 수술받았어요”

국민일보

“병원에 새겨진 말씀 덕분 담대하게 수술받았어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제중관 복도 등 원목실이 엄선한 성경 구절로 새겨져

입력 2019-05-0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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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창문 곳곳에 새겨진 성경 말씀들이 지나는 환자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주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창문에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 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는 요한3서 1장 2절 말씀이 새겨져 있다. 몇 걸음 옮기면 “여호와께서 너를 지켜 모든 환난을 면하게 하시며 또 네 영혼을 지키시리로다”란 시편 121편 7절을, 조금 더 가면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는 빌립보서 4장 6절을 만난다.

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본관 5층과 암병원 5층을 이어주는 제중관 복도. 신촌 거리를 내려다보는 복도 창문에 병원 원목실이 엄선한 성경 말씀이 부착돼 있다. 분홍빛 비니를 쓴 꼬마 환자를 휠체어에 태운 아빠 A씨(37)는 창문을 되돌아보며 “오가는 동안 성경 말씀을 보고 힘을 얻곤 한다”고 말했다. A씨 아이(6)는 2017년 말 수모세포종이라는 악성 뇌종양으로 암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1년 넘게 재활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A씨는 “재활병원에서 나와 본관을 지난 뒤 제중관 복도를 거쳐 수술받았던 암병원을 다녀오는 원내 산책을 아이가 좋아한다”고 말했다.

노을이 잘 보이는 암병원 7층 테라스 유리창에도 환우들에게 힘을 주는 말씀이 새겨져 있다. 시편 46편 1절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는 말씀을 바라보던 환자 P씨(59·여)는 “사흘 전 복강경 수술로 자궁 난소 등의 종양을 제거했다”면서 “병원 곳곳에 새겨진 말씀 덕에 수술을 담대하게 마쳤다”며 웃었다.

병원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이다. 누군가는 새 생명을 얻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매시간 기도와 간구가 끊이지 않는 이곳에서 창문에 새겨진 성경 말씀이 환우와 보호자에게 위로가 되고 있다.

정종훈 세브란스병원 원목실장이 병원 제중관 복도 창문에 부착된 성경구절을 가리키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이날 오전 11시 세브란스병원 본관 6층에서 열린 주일예배에 참석했다. 수액이 매달린 폴대를 끌거나 휠체어에 기대어 앉은 환자와 보호자들로 100석 남짓 예배당이 꽉 찼다. 최형철 목사가 귀신들린 딸을 둔 이방인 여성의 간구를 듣고 이를 치유하는 마가복음 7장 속 예수님 이야기를 전했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절제된 분위기 속에서도 눈물을 터뜨리며 간절하게 기도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는 원훈(院訓)을 가진 세브란스병원은 주일은 물론, 평일 오전 11시 본관과 암병원에서 매일 예배를, 심장혈관병원 재활병원 어린이병원에선 같은 시간에 매일 기도회를 연다.

수술실 입구와 수술 대기실 천장엔 이사야서 41장 10절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말씀이 새겨져 있다. 정종훈 세브란스병원 원목실장은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침상에서 병원 교역자들이 함께 기도한다”면서 “수술 시작 때도 의사들이 최선을 다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며 마취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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