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때 희망 지피자” 지역 주민·노숙인 돕기 앞장

국민일보

“혼돈의 때 희망 지피자” 지역 주민·노숙인 돕기 앞장

코로나19 여파로 더 어려워진 이웃 돌보는 중앙루터교회

입력 2020-03-1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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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훈 중앙루터교회 목사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의 교회에서 그가 작성한 가정예배 예식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교회 내 모임을 멈춘 동안 교회 밖 사역에 집중하는 교회가 있다. 기독교한국루터회의 대표 교회, 중앙루터교회(최주훈 목사)다. 교회를 휴회한 뒤 노숙인 무료급식소 후원 모금을 시작했고 서울 후암동 지역 교회 8곳과 지역 내 영세자영업자 및 소외 이웃의 월세도 지원한다. 주일예배 대체를 위해 성도가 이끄는 가정예배를 강조하는 것 또한 주요 사역이다. 최주훈 목사를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교회에서 만났다.

최 목사는 지난달 21일 당회를 열고 장로 등과 논의해 한 달간의 휴회를 결정했다. 이날 오전 그와 교회 성도들이 집단감염으로 지난달 22일 폐쇄된 서울 은평성모병원의 장례식장에 다녀와서다. 안전 문제를 고려해 속히 결정을 내려 전 교인 220여명에게 소식을 전했는데, “힘 빠진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성도들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교회가 할 일이 고작 예배·모임 금지밖에 없느냐며 낙담했다. 대형교회는 아니지만, 교회로서 할 일을 찾아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최 목사를 비롯한 당회 구성원은 다시 머리를 맞댔다. 가장 먼저 나온 제안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온 대구·경북 지역을 돕는 것이었다. 이들 지역의 지원책을 찾던 중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대구 지역에 성금 10억원을 기부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러자 ‘코로나19 지원 사각지대를 찾아보자’는 의견이 모였고, 노숙인 무료급식시설 ‘바하밥집’을 지원키로 했다. 감염 위험으로 단체 배식이 어려워진 노숙인에게 식사와 마스크, 손 소독제 비용을 제공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최 목사는 당회의 결정을 알리고 성도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교회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혼돈의 시기에 교회가 주일예배 휴회 말곤 아무 일도 못 한다면, 더 이상 교회의 존재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시기에 교인이 낙담하는 이유도 ‘교회의 존재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이럴 때 앞장서 사회 구석구석에 희망의 군불을 지피는 것이 교회가 할 일입니다.”

재난의 시대, 교회 역할을 생각해보자는 그의 글에 적지 않은 이들이 호응을 보냈다. 교회 성도뿐 아니라 타교인 및 타종교인들도 있었다. 그는 “우리 교인 아닌 분들이 동참 의사를 밝혀와 참 감사했다.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도 그중 한 명”이라며 “오는 14일까지 모금한 금액에 교회가 그간 모아온 구호헌금을 보태 바하밥집에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루터교회 전경. 강민석 선임기자

코로나19로 형편이 열악해진 지역 주민의 월세를 지원하는 일은 후암동교동협의회(교동협)와 함께 펼친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교동협은 기념사업으로 베트남 선교지 방문, 기념 책자 발간을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이 계획을 접고 지역사회를 위해 기금을 쓰기로 지난 5일 결의했다. 교동협은 후암동주민센터가 영세자영업자 등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대로 월세지원금 1000만원을 전달할 계획이다. 최 목사는 “교동협 9개 교회가 교단 배경이 모두 다른데도, 지역과 이웃을 돕는 데는 이견 없이 빠르게 합의했다”며 “교회 간 연합을 제대로 보여주는 교동협을 볼 때마다 놀랍고 또 감사하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시작한 가정예배 예식서 작성 및 보급 또한 심혈을 기울이는 사역이다. 루터교 예배 전통을 압축적으로 정리하되, 가족 구성원이 느낀 바를 나누며 함께 기도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예배 본문에 맞는 명화도 예식서에 넣어, 깊이 있는 묵상을 돕는다.

그는 “종교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신학적 재발견은 ‘만인 제사장설’이다. 서로에게 제사장이 되자는 것인데, 이를 가정 단위에 적용한 게 가정예배”라고 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예배의 장점도 물론 있지만, 개신교가 종교개혁의 후예인 만큼 ‘최소 단위의 교회’인 가정예배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교회는 11일 당회를 다시 열어 휴회 기간 연장 여부를 논의한다. 최 목사는 “코로나19의 위세가 금방 꺾이지 않더라도, 교회의 본질을 고민하며 계속 세상에 관심을 두는 공동체가 되겠다”고 했다. 그는 “교회의 존재 이유는 복음이고, 복음의 목표는 개인 구원을 넘어 세상을 향하는 것”이라며 “세상 만물을 위해 모인 작은 예수가 되는 공동체가 되도록, 모든 한국교회가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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