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두글자 발견 : 성경 속 식물 ‘싯딤나무’] 광야의 볼품없는 나무를 신성한 언약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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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의 두글자 발견 : 성경 속 식물 ‘싯딤나무’] 광야의 볼품없는 나무를 신성한 언약궤로…

하나님은 창조하고 다듬어 사용하신다

입력 2020-10-3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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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싯딤나무(조각목)는 언약궤를 만든 신성한 나무다. 약한 자를 들어 강한 자를 부끄럽게 하시는 주님의 섭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성서 식물이다.

싯딤나무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 후, 홍해를 건너 시내광야에 이르렀을 때 하나님께 예물로 드리는 품목에 들어 있는 나무(출 25:5, 35:7)다. 하나님은 싯딤나무로 하나님의 증거 판을 담을 언약궤와 궤를 메는 채(출 25:10~13), 진설 병상과 상을 메는 채(출 25:23~30), 성막(출 26:14~37), 번제단과 단을 메는 채(출 27:1~8), 분향단과 단을 메는 채(출 30:1~5)를 만들라고 명령하셨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 나무를 신성시해 가옥이나 일반 기물을 만들 때 사용하지 않았다.

싯딤나무는 아카시아나무

성막을 짓고 성막 기물을 만드는 데 사용된 싯딤나무의 히브리명은 ‘쉬타’, 영어명은 ‘아카시아’다. 한국사람들이 흔히 아카시아라 부르는 것과 다른 나무다. 이 아카시아나무는 미국 동부지역이 원산지인 아까시나무다. 싯딤나무는 아프리카와 중동이 원산지인 아카시아나무다. 개역개정 성경엔 조각목, 공동번역과 새번역성경엔 아카시아로 번역됐다.

개역개정 성경에서 싯딤나무를 조각목이라 번역한 것은 한자 성경을 오역한 데서 비롯됐다. 한자 성경은 싯딤나무가 중국의 조각자(早角刺)나무와 비슷해 早角木(조각목)으로 번역했다. 따라서 성경에 나오는 싯딤나무, 조각목, 아카시아는 같은 식물이다.

싯딤나무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널리 퍼져 자란다. 5∼8m 높이로 자라며 봄과 늦여름에 두 번 꽃이 핀다. 사막에서 수분을 덜 뺏기기 위해 잎사귀는 가늘게 갈라진 모습이다. 뿌리가 땅속 100m까지 뻗어서 자라므로 건조한 사막 지역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땅속 깊이 내린 뿌리가 물을 흡수해 몸통(줄기)에 저장한 후 생존에 필요한 만큼의 최소량을 조금씩 가지와 잎으로 보내며 오랜 세월 살아가는 장수 식물이다. 싯딤나무는 저항력과 내구성이 뛰어나 ‘썩지 않는 나무’로 70인 역에 기록됐다.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을 넣은 언약궤는 왜 나무의 왕으로 불리는 백향목이 아니라 광야의 모진 풍파에 힘겹게 자라는 싯딤나무로 만들었을까. 싯딤나무는 광야에서 목재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나무였을 것이다. 그러나 우린 싯딤나무가 성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약한 것을 강하게 만드시는 하나님의 성품을 배울 수 있다.

선택받은 싯딤나무처럼

사막의 거친 모래바람에 이리저리 뒤틀린 가지, 뿌리를 깊이 내리기에 높이 자랄 수 없는 몸통, 물이 절대 부족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두텁고 거칠어진 껍질 그리고 단단한 옹이…. 싯딤나무는 어느 종류이건 가구를 제작하기에 적합한 나무가 아니다. 어찌 보면 광야에 버려진 가치 없는 나무로 보인다. 평범한 목수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선택받은 싯딤나무가 장인의 손에 깎이고 다듬어져 지성소에 들어가는 유일한 나무가 됐다. 쓸모없어 보이던 나무가 거룩하게 구별된 나무로 변하는 과정은 그리스도의 보혈로 죄 사함을 받고 하나님의 계획하신 대로 성화되는 우리 자신과 비슷하다.

싯딤나무는 성막의 거의 모든 기구에 쓰였다. 나무가 성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어렵고 긴 과정을 거쳐야 했다. 먼저 무성한 잎과 가시를 다 잘라내고 껍질을 벗겨야 한다. 세상의 죄성으로 물들어 있는 껍질을 한 꺼풀씩 벗겨야 한다. 나무의 속과 겉이 모두 말려지고 다듬어져야 한다. 작은 널빤지 한 장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마친 싯딤나무가 순금으로 덧입혀질 때야 성소와 지성소에서 주님의 성물로 사용된다. 몸은 싯딤나무 조각이지만, 순금으로 입혀질 때 소중한 존재, 귀한 신분으로 다시 태어난다. 주님은 이렇게 다듬어서 사용하기를 즐기시는 분이다.

내가 세상에 혼자 버려진 것 같을 때, 박탈감과 열패감의 가시가 찌르는 것 같을 때 싯딤나무를 존귀한 성물로 만드시는 창조주의 손길을 기억하자. 광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싯딤나무가 성막의 중요한 재료로 쓰임받는 것처럼, 보잘것없어 보이는 내가 심령이 다듬어져 말씀과 만나를 담아두는 언약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러기 위해선 인생의 광야에 믿음의 뿌리를 깊게 내려 은혜의 생수를 마셔야 한다. 언약궤는 나무로 만들어 금박을 입힌 상자 모양이며 십계명 두 돌판, 만나를 담은 항아리, 아론의 싹난 지팡이 세 성물이 들어 있다.

가나안이 보이는 땅, 싯딤

벤자민 웨스트의 ‘언약궤와 함께 요르단강을 건너는 여호수아’. 1800년 작품.

싯딤나무의 복수형인 ‘쉬팀’과 성경에 나오는 지명 ‘싯딤’은 어원이 같은 것으로 여겨진다.(욜 3:18) 싯딤은 요단 동쪽 약 12㎞ 지점의 모압 땅(민 25:1)으로, 출애굽 후 가나안으로 향하던 이스라엘 백성이 요단 동편에서 최후로 진을 친 곳이다. 모세는 이곳에서 여호수아를 공식 후계자로 선포했으며(민 27:12~23) 여호수아는 여리고로 정탐꾼 두 명을 보냈다. “눈의 아들 여호수아가 싯딤에서 두 사람을 정탐꾼으로 보내며 이르되 가서 그 땅과 여리고를 엿보라 하매 그들이 가서 라합이라 하는 기생의 집에 들어가 거기서 유숙하더니.”(수 2:1)

이스라엘 백성은 싯딤에서 출발해 요단강을 건너 약속의 땅으로 들어갔다. “또 여호수아가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서 그와 모든 이스라엘 자손들과 더불어 싯딤에서 떠나 요단에 이르러 건너가기 전에 거기서 유숙하니라.”(수 3:1)

이지현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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