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산다] 제주도 배송비

국민일보

[제주에 산다] 제주도 배송비

박두호 전 언론인

입력 2020-11-07 04:03

며칠 전 인터넷 쇼핑몰에서 튜브형 실리콘 한 개를 주문했다. 제주도 철물점이나 건축자재상에 실리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반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실리콘이 아니라 농도가 낮아 틈새에 스며들 수 있는 저점도 실리콘이 필요했다. 저점도 실리콘이 제주도에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이런 자재를 어디에서 파는지 모른다. 이 실리콘 한 개 가격은 1만1000원. 배송비가 3000원, 추가배송비 3000원, 상품별 할인 1760원, 결제 금액은 1만5240원이었다. 1만1000원짜리 물건을 사며 배송비로 6000원을 지불했다. 제주도이기 때문에 더 지불하는 금액이다.

한 개 16.8g 무게의 1만4300원짜리 낚시용 구멍 전자찌 2개를 주문했는데 기본배송비 3000원에 제주도 추가배송비 6000원이었다. 낚시찌 2개 2만8600원인데 배송비만 9000원 들었다. 선블록크림 6만2000원짜리를 주문했는데 일반배송비 3000원에 제주도 추가배송비 6000원. 화장품 한 병 사는데 배송비 9000원이다. 2만4000원짜리 이발기를 주문했다. 나는 수염을 이발기로 깎는다. 육지는 배송비 무료, 제주도는 추가배송비 3000원이었다. 장보러 다니며 사용하는 핸드카트 1만9900원짜리 배송비는 역시 육지는 무료, 제주도는 추가배송비 4000원이다. 이때 쇼핑몰에 따라 ‘제주 지역 및 도서산간 지역은 별도의 추가배송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는 ‘지역별배송비(제주도)’라고 표시한다. 가슴 아프지만 받아들이고 산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스웨덴 모 조립식 가구업체 가구는 제주도 숙박업소, 카페 등이 많이 사용한다. 2016년 제주도에 배송하지 않아 경기도 광명 매장 앞에 늘 대기하는 제주 배송 전문업체에 많은 돈을 지불하고 실어왔다. 2년 전쯤부터 회사가 직접 제주도 배송을 시작했다. 침대의 갈빗살은 일정 기간 사용하면 교체해야 한다. 지난해 1월에 이어 지난달 두 번째로 1인용 침대 갈빗살 2개를 주문했다. 상품가격은 12만원, 배송비는 10만9000원이었다. 모두 22만9000원 들었다. 주소를 서울 종로구로 입력하고 주문서를 내봤더니 배송비는 5만9000원으로 나왔다. 제주도 사는 비용으로 5만원 더 내야 했다.

제주항에는 매일 건축자재, 농산물, 공산품 등을 가득 실은 화물차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육지라고 운송비가 왜 들지 않겠나. 제주도는 거리도 멀지만 저 배를 타고 온 선비가 꼭 더 들어간다. 선비는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제주도의 건설 단가가 육지보다 비싸고 농산물, 공산품은 최소한 선비만큼 더 줘야 한다. 제주도민들은 고만큼 더 비싸게 산다.

얼마 전 TV홈쇼핑에서 유명 요리사가 조리한 중국 요리를 판매한 적이 있다. 방송 중 즉시 주문했다. 제주도는 배송하지 않는단다. 아, 내가 제주도에 사는구나 다시 실감했다. 제주도에 배송하지 않는 물건은 이밖에도 많다. 배송비 부담하며 돈을 더 준대도 제주도까지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하, 참.

좋은 곳에서 살다보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게 많다. 물건값에 배송비를 얹어주며 나는 그렇게 제주에 산다.

박두호 전 언론인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