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자 이탈 막고, 도시락 나르고, 방역까지… ‘1인 3역’ 호텔리어

국민일보

격리자 이탈 막고, 도시락 나르고, 방역까지… ‘1인 3역’ 호텔리어

자가격리시설 호텔 직원의 하루

입력 2021-04-10 04:02 수정 2021-04-11 18:21
지난 1일 호텔 스카이파크 동대문1호점 객실 내부에 자가격리자용 침구와 생수 등이 준비돼 있다. 이 호텔은 지난해 4월부터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송경모 기자

“2주 동안 격리해야 하는데 1주일만 지나도 손님들은 힘들어하세요. 지난해 11월엔 한 분이 내보내주지 않으면 뛰어내리겠다며 14층 창문에 매달려 소방차까지 출동했죠.”

최찬 호텔 스카이파크 교육관리부 차장은 지난 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억에 남는 손님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격리가 해제되지 않았는데 막무가내로 뛰쳐나갔다가 직원들에게 붙잡혀 경찰에 인계된 투숙객도 있었다고 했다.

최 차장이 일하고 있는 호텔 스카이파크 동대문 1호점은 254개의 객실을 보유한 호텔로 서울시가 지정한 자가격리시설이다. 호텔 스카이파크는 동대문 1호점 등 중구 일대 네 곳의 호텔을 지난해 4월부터 해외입국자와 국내접촉자의 자가격리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찾아간 동대문 1호점 외부에서는 이곳이 격리시설이라는 안내 표지를 일절 찾아볼 수 없었다. 강서호 계장은 엘리베이터 내부 단말에 카드키를 가져다 대며 “각 호실의 카드키가 있어야 해당 층 버튼을 누를 수 있다”고 했다. 종종 젊은 투숙객들이 격리 원칙을 어기고 다른 층에 입소한 친구 방을 찾아가려 한다고도 설명했다.

18층에 도착하자 각 호실 앞에 한 쌍씩 놓인 붉은색 보온가방과 흰색 의료폐기물 용기가 눈에 들어왔다. 각각 외부에서 들어가는 음식과 방 안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담는 용도다. 폐기물 용기 한 통이 20ℓ짜리로 넉넉한데도 강 계장은 “사흘에 한 번씩 수거한다”고 말했다. 투숙객이 갓 빠져나온 방 내부를 들여다보니 강 계장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비타민 드링크 박스와 빈 병, 우유갑, 콜라 캔, 플라스틱 도시락 용기가 수북했다.


소독과 정리를 마친 다른 방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내부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7평(23.2㎡) 남짓한 공간에 싱글 침대와 TV가 하나씩 있었다. 여느 숙박업소와 다른 점은 비품의 양이었다. 20개가 넘는 500㎖ 생수는 물론 커피와 녹차, 세면용품도 일반 호텔보다 눈에 띄게 많았다. 침대 맡엔 쓰레기 처리 요령과 식사 요청 방법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방을 나서지만 않는다면 큰 제약은 없어 보였다. 다른 투숙객의 민원만 없다면 객실 내부에서 전자담배를 피워도 된다는 문구도 있었다. 강 계장은 “집에서 노트북이나 컴퓨터를 들고 와 게임을 즐기는 손님도 많다”며 “어떤 분들에겐 사실상 휴가인 셈”이라고 했다.

격리시설 지정을 먼저 제안한 건 호텔 스카이파크 측이었다. 코로나19 국내발병 이후 중국인·일본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호점당 최대 월 8000만원에 달하는 방역비용에도 불구하고 격리자 한 명당 140만원(하루에 10만원)의 수입이 보장된다는 점이 컸다.

자가격리자가 머물던 객실에서 나온 쓰레기를 담을 의료폐기물 용기와 식사를 넣어두는 보온가방이 호텔 스카이파크 동대문1호점 18층 복도에 비치돼 있다. 송경모 기자

다만 직원들의 일은 크게 늘어났다. 가장 큰 차이는 방역이라고 했다. 매주 두 번씩 외부 업체를 불러 특별방역을 하고 있지만 투숙객이 방을 나설 때마다 1차로 소독하는 일은 직원들의 몫이다. 객실은 물론이고 각 투숙객이 승강기를 탄 뒤 로비를 빠져나가기까지의 동선을 모두 실시간으로 소독한다. 의료폐기물 용기를 모아 임시 창고 격인 주차설비까지 가져다 쌓아두는 것도 직원들 일이다.

택배기사 역할도 한다. 매 끼니 제공되는 도시락을 투숙객이 직접 챙길 수 없으니 직원들이 일일이 방문 앞까지 가져다 둔다. 배달음식이나 택배도 마찬가지다. 또 매일 투숙객의 발열이나 유증상 여부를 확인한다. 방을 벗어나는 사람은 없는지 점검하기 위해 CCTV를 1.5배 확충했고, 그걸로도 모자라 순찰을 2시간에 한 번씩 돌고 있다. 격리에 지친 고객을 응대하며 일반 호텔보다 2~3배 많은 민원에 시달리기도 한다. 최 차장은 “(호텔) 직원 한 명이 방역, 택배, 경비까지 도맡고 있다”면서도 “요즘 호텔 업계에선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호텔 외에 일반 주택, 게스트하우스를 활용한 에어비앤비 숙박업소도 자가격리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합법 공유숙박 사이트인 ‘위홈’에서는 자가격리 이용이 가능한 숙소들을 찾을 수 있다. 가격은 1박당 5만원대부터 20만원까지 다양했다. 가족이 있는 격리자들은 마당, 테라스가 있는 에어비앤비를 선호했다. 하루에 10만원인 국가격리시설보다 저렴한 가격을 원하는 경우에도 수요가 있다.

에어비앤비를 자가격리 장소로 정하는 게 지침 위반은 아니다. 정부는 공용화장실이나 주방을 쓰지 않고 독립적인 공간이 확보된다면 모든 종류의 시설에서 자가격리를 허용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대부분 단독주택이라 격리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에어비앤비 시설의 방역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꾸준하다. 상주하는 감독 인력이 없어 자가격리지 이탈을 방지하거나 적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자가격리제도 자체가 국민의 자율적인 협조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격리지 이탈은 에어비앤비 시설의 문제가 아니다. 방역을 위한 국민의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송경모 최예슬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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