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경오염 유발 ‘음식물분쇄기’ 퇴출 수순… “정책 실패” 비판

국민일보

[단독] 환경오염 유발 ‘음식물분쇄기’ 퇴출 수순… “정책 실패” 비판

1985년 첫 시판… 규제·완화 반복
환경부, 신규 제조·판매 금지 추진
업계“생존권 위협 정부에 배신감”

입력 2021-05-07 04:03
싱크대에 설치된 분쇄형 음식물 처리기. 게티이미지뱅크

1985년 국내에 시판된 주방용 오물분쇄기(음식물분쇄기)가 환경오염 문제로 36년 만에 퇴출 수순을 밟는다. 10년 전 법·규제 완화를 계기로 관련 산업에 뛰어든 음식물분쇄기 제조·유통 업체들은 정부가 경제적 손실을 입히고 혼란을 초래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음식물분쇄기 사업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고, 음식물분쇄기 신규 제조·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아 장관 보고까지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음식물분쇄기를 신규로 제조·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할 것인지에 대해 국회와 조금 더 논의한 후 결정할 계획”이라며 “시중에 판매된 제품의 사용은 유지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음식물분쇄기 제조·판매 금지를 대비해 기존 업체들을 음식물감량기 업종으로 전환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음식물쓰레기를 가열·건조해 양을 줄이거나 퇴비·사료로 만드는 기기를 제조·유통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유력하다. 향후 AS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제품은 4~5년 정도밖에 사용할 수 없다”며 “대응책을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음식물분쇄기는 1985년 국내에 처음 시판됐다가 악취 문제 등으로 1995년부터 판매와 사용이 금지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가정용에 한해 음식물 일부만 방류하는 식으로 다시 허용했다. 제품 인증에는 ‘음식물쓰레기 중 20%까지만 용수와 섞어 하수도로 흘려보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나머지 80%는 분리배출을 원칙으로 한 것이다.

정부의 결정은 정책 실패로 이어졌다. 음식물분쇄기 제조·유통 업체들은 소비자가 수십·수백만원을 내고 20%만 직방류하는 기기를 사지 않으리라고 판단해 불법개조 제품을 판매했다. 지난해에는 음식물분쇄기 업체 4곳에서 2년간 판매한 불법개조 제품 5만711대(약 153억원어치)가 적발되기도 했다. 최근 환경부는 주방용 오물이 방류된 하수를 정화할 때 일반 하수보다 72.5%의 에너지가 더 사용되고, 하수 찌꺼기는 55.1%가 더 발생한다는 연구용역 결과도 확보했다. 불법개조와 환경오염은 음식물분쇄기 퇴출의 이유가 됐다.

관련 업계에선 환경부가 음식물분쇄기 사업 규제를 완화하며 제조·유통 업체의 진입장벽을 낮춘 주체라는 점에서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경제적 손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2014년 환경부는 ‘분류식 배출 가능 지역에서 100% 음식물 쓰레기 방류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하수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사업을 장려하는 취지의 내용까지 담았다. 윤성규 당시 환경부 장관이 개정안 시행 철회를 지시해 백지화됐지만, 많은 업체가 사업에 뛰어드는 유인책이 됐다. 김해범 주방용음식물분쇄기협회장은 “음식물분쇄기 산업화는 정부가 직접 주도한 것으로 전국에 음식물분쇄기 사용자는 약 500만명, 종사자는 약 10만명으로 추산된다”며 “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하려는 정부에 큰 배신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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