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근 목사의 묵상 일침] 하나님의 선물과 사람의 가치

[송태근 목사의 묵상 일침] 하나님의 선물과 사람의 가치

입력 2021-08-2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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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신약학자 존 바클레이는 ‘바울과 은혜의 능력’에서 바울서신에 자주 등장하는 ‘은혜’라는 용어가 고대 사회의 ‘선물’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고 말한다. 은혜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인데, 이 은혜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선물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고대의 선물 문화는 개인의 명예와도 관계가 깊었다. 즉, ‘어떤 사람과 선물을 주고받는 관계를 맺고 있는가’는 자신의 명예와 가치를 드러내는 문제였다. 그래서 선물을 주는 입장에선, 누구에게 그것을 줄 것인지 고심해야 했다. 받을 만한 자격과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선물을 나눠줄 때에라야, 주는 사람의 명예가 높아지거나 유지될 수 있었다.

이는 고대의 종교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즉 신이 인간에게 베푸는 여러 가지 선물은 그것을 받기에 합당한 자격을 갖춘 이들에게만 주어진다고 생각했다. 예수님의 비유 속 바리새인의 기도에서도 그런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바리새인은 하나님의 은혜를 얻고자 성전에서 기도했다. 그런데 그 기도 내용은 자신이 얼마나 경건하고 종교적인 삶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어필이었다. 바리새인은 자신이 하나님께 은혜를 받기에 합당한 존재임을 호소하고 있었다.

무엇이든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하나님께 은혜와 선물을 받는 것이 합당하다는 생각은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복음이 이러한 생각을 뒤집어놓는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죄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라는 선물을 주셨다고 말씀한다.(롬 3:23~24)

사회적으로 가치 있고 명망 있는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기도 하고, 그들을 선물로 후원하기도 하는 것이 바울 당시의 문화였다. 그런데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선물이 ‘연약한 자들’, 곧 죄인들에게 주어졌다고 선포한다. 가치 없고 자격 없는 죄인들에게 하나님께서 헤아릴 수 없는 은혜를 주셔서 구원하셨다는 것이 복음이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선물은 세상이 매겨 놓은 사람의 가치와 상관없이 주어졌다. 그렇기에 복음은 기존에 자리 잡고 있던 모든 가치 기준을 무력화한다. 복음 앞에서 모두가 죄인으로 드러나며,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라는 선물을 받은 하나님의 자녀로 그 가치가 매겨질 뿐이다. 세상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이 놀라운 사실이 우리 삶의 기초이자 그리스도께서 피 흘려 세우신 교회의 기초여야 한다.

그러므로 세상이 만들어 놓은 가치와 기준을 가지고 사람을 줄 세우는 것만큼 ‘반(反)복음적’인 것도 없다. 문제는 교회도 얼마든지 그러한 잘못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린도 교회 성도들은 자신이 후원하는 사역자들을 자랑했다. 이것은 당시 철학자들을 후원하면서 그들과 일종의 스폰서 관계를 맺는 것을 자기 명예로 삼았던 문화가 교회에 들어왔던 결과였다.

안타깝게도 오늘날에도 “우리 교회엔 교수가 몇 분이고, 의사가 몇 분입니다” 하는 자랑을 들을 때가 있다. 세상에서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교회에서까지 마치 더 가치 있는 사람, 더 나은 사람으로 여겨진다면 교회는 복음에서 더 멀어지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복음은 그러한 사회적 기준이나 가치와 상관없이 주어진 하나님의 은혜를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존재 가치는 우리 자신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오직 하나님의 선물인 예수 그리스도에게서만 나온다. 세상은 사람을 경제적 가치로 평가하며 줄을 세우고 선을 긋는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서 예수 그리스도만큼의 가치를 발견하신다. 자격 없는 자들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 우리의 진정한 가치를 만든다.

(삼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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