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 칼럼] 역대급 비호감 대선, 제3지대 판 키워야

국민일보

[박정태 칼럼] 역대급 비호감 대선, 제3지대 판 키워야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입력 2021-11-09 04:20

양강 후보의 비호감도 60%대
도덕성 자질 실언으로 혐오감
2030·중도 확장성 한계 보여

본선에서도 사생결단 역대급
네거티브전 뻔해…정책 경쟁
실종으로 최악 대선 우려돼

기득권 정치 타파 나선 후보들
대안세력 존재감 보여 중도층
호응 부른다면 변수될 수 있어
민심 움직이면 3파전도 기대

뽑을 사람이 없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심심치 않게 들린다. 여당과 제1야당 대선 후보가 확정된 뒤엔 더욱 그렇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과 국민의힘 윤석열. 양강 구도의 후보들이 호감도 30% 안팎에 비호감도는 무려 60%대에 달하니 오죽하겠는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만든 풍경이다. 이는 여야가 자초했다. 두 후보를 선출한 당내 경선 과정에서 비전이나 정책 대결은 온데간데없이 비방으로 일관해 국민적 실망감만 안겨줬으니 말이다. 형수 욕설 파문과 여배우 스캔들,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논란 등에 따른 두 후보의 도덕성과 자질 문제, 그리고 잇단 구설과 실언 등도 혐오감을 유발했다. 대장동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 역시 두 후보의 신뢰도를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니 많은 국민이 정치에 염증을 느낄 법도 하다.

두 후보는 지지율에서 박스권에 갇혀 있다. 지난주 여론조사를 보면 각각 30%대 초중반(한길리서치) 혹은 20%대 중반(한국갤럽)에 머물며 엎치락뒤치락할 뿐이다. 정권교체론과 정권재창출론의 대결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공히 60%대에 육박함에도 이게 윤석열 지지로는 연결이 안 되고 있는 것도 아이러니다. 윤석열(43.0%)이 이재명(31.2%)을 10% 포인트 넘게 앞선다는 결과(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는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직후의 여론조사라서 컨벤션 효과로 볼 수 있겠다. 홍준표를 지지했던 2030세대의 탈당 사태 등 경선 후유증이 지지율 흐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지켜봐야 한다. 이재명은 후보 확정 이후 지지율이 정체 상태다. 2030세대에 취약한 것도 마찬가지라 머리가 아프겠다.

지지율 30%대라 함은 양 진영의 고정 지지층 외에는 마음을 주는 유권자들이 없다는 얘기다. 두 후보 모두 중도층과 MZ세대로부터 외면받고 있어 중도 확장성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본선 레이스는 이제 막 시작됐다.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인지라 두 후보 측은 지금보다 더한 사생결단식 이전투구를 벌일 게 뻔하다. 당 차원에서 각각 구성한 ‘고발사주 국기문란 진상조사 태스크포스’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를 풀가동해 상대방 흠집 내기에 올인할 가능성이 농후한 이유다.

이렇게 되면 정책 경쟁은 실종된다. 양 진영이 내놓는 공약집은 겉만 번지르르한 액세서리로 전락할 게다. 역대급 비호감에 더해 역대급 네거티브전까지 펼쳐진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은 미약해 보이는 제3지대 후보들이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대선 대진표에 이름을 올린 정의당 심상정과 국민의당 안철수, 그리고 ‘새로운 물결’ 창당에 나선 전 경제부총리 김동연 등이 대안세력으로서의 비전을 내놓으면서 제3지대의 판을 키워나가는 게 방법이다. 비호감 대선으로 중도층이 넓어지고 MZ세대가 표류하고 있는 현상은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제3지대 후보들은 기득권 정치 타파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심상정은 ‘정치 대전환’, 안철수는 ‘시대교체’, 김동연은 ‘정치교체’를 슬로건으로 내세운다. 기득권에 매몰된 거대한 양당 구조를 깨자는 의미로 통한다. 안철수는 이번 대선 상황을 설명하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소환했다. 한국의 정치 지형이 2017년 좌우파 주류 정당을 동반 몰락시키고 중도신당으로 대권을 거머쥔 마크롱 대통령이 탄생했을 때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심상정 역시 중원이 넓어져 3자 박빙 대결로 끝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호언한다. 물론 선거전문가들의 진단은 180도 다르다. 단지 그 바람이 이뤄지려면 참신하고 차별화된 정책부터 제시해 국민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중도층이 호응한다면 대선의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그게 양대 정당에 전기 자극을 줘 응징의 대선이 비전의 대선으로 바뀌는 견인차가 된다면 20대 대선은 그나마 의미를 찾을 것이다.

사실 제3지대에서 홀로 걸어가는 길은 녹록지 않다. 하지만 이념적 노선을 앞세우지 말고 상호 간 실용적인 정책 연대나 다양한 전략적 연대 등을 강구한다면 무당층 국민을 제3지대의 폭넓은 세계로 이끌 수 있다. 정치는 생물이다. 유의미한 성과 도출을 넘어 세력화까지 가능하다면 여야 단일화 압력의 파고를 넘어 선거 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 전통적인 양자 대결이 아니라 기득권 양당과 제3지대 후보의 팽팽한 3파전까지 기대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일장춘몽이 안 되려면 민심이 살아 움직여야 하겠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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