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극단으로 치닫는 페미니즘 논쟁을 정치에 이용해서야

국민일보

[사설] 극단으로 치닫는 페미니즘 논쟁을 정치에 이용해서야

입력 2021-11-23 04:05

연달아 발생한 인천 흉기난동 사건과 데이트폭력 살해 사건이 엉뚱하게 젠더 갈등을 키우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찰관의 직무수행 잘못을 여경이어서 그랬다고 비약하거나, 범죄자의 잔혹한 행동을 모든 남성의 탓으로 돌리는 혐오성 발언이 도를 넘었다. 심지어 사회 갈등을 수렴하고 미래의 대안을 제시해야 할 정치권은 선거에서의 이해득실을 따지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연일 페미니즘을 놓고 말싸움에 가까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데이트폭력 끝에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이유로 모든 남성을 범죄자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남편을 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한 고유정의 예를 들면서 불필요한 젠더 갈등을 불렀다. 범죄 해결책을 성평등 관점에서만 찾는 것 자체가 무리한 발상이다. 이런 식의 발언은 여야를 떠나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추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를 양성평등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유는 뻔하다. 부동층이 많은 20, 30대 남성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인천 흉기난동 사건은 경찰이 무기 사용 원칙을 구체화하고 현장 경찰관의 훈련을 강화해 해결할 문제다. 권총과 테이저건 같이 범죄자를 제압할 압도적 무기를 소지한 경찰에게 여성과 남성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데이트폭력 살해 사건 역시 범죄 예방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논의를 집중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양성평등은 아직 갈 길이 먼,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 페미니즘을 적용해 양편으로 갈라져 싸우는 것은 올바른 정책 방향을 정하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정치권은 젠더 이슈라는 명목으로 국민의 편을 가르고 이익을 탐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런 얄팍한 생각은 결국 선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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