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소리와 들리는 소리의 화음으로 어우러진 음악회 청각장애인들 이해하는 기회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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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소리와 들리는 소리의 화음으로 어우러진 음악회 청각장애인들 이해하는 기회 됐으면…”

농인 후원 영롱회 ‘사랑의 작은 음악회’
20회째 맞아… 통역사 수어로 노래 통역

입력 2021-12-0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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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이태원(지휘자 왼쪽) 김천대 교수가 30일 서울 강남구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사랑의 작은 음악회에서 노래를 시작하자 통역사(오른쪽)가 수어로 통역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30일 서울 강남구 강남구민회관 강당. 라파챔버 오케스트라(지휘자 신동열)가 칼 젠킨스의 ‘팔라디오’를 연주했다. 중저음을 내는 첼로와 더블베이스 연주로 시작해 바이올린으로 이어지는 팔라디오의 친숙한 도입부는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객석 앞줄에 몇몇 사람이 서 있는 게 이색적이었다. 다음 곡은 찬송가 315장 ‘내 주 되신 주를 참 사랑하고’였다. 선율이 흐르자 앞줄에 서 있던 사람들의 손이 움직였다. 수어 통역 봉사자들이었다. 손가락 끝으로 뭔가를 묘사하는 듯하다가 팔을 들어 큰 모양 만들기를 반복하며 메시지를 담았다.

연주가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통역하던 제갈무희씨에게 어떤 내용을 전했는지 물었다. 제갈씨는 “찬송가 가사를 농인들에게 전달했다”면서 “들을 수 없는 이들에게 음악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듣지 못하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설립된 영롱회(이사장 안일남 장로)가 마련한 ‘사랑의 작은 음악회’ 현장이었다. 농인 후원을 위해 설립된 영롱회가 2001년 시작한 음악회는 코로나19로 지난해 행사가 취소되면서 올해 비로소 20회를 맞았다. 농인은 청각장애로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듣지 못하기에 말하기도 쉽지 않다.

듣지 못하는 이들은 음악을 보면서 즐긴다고 한다. 안일남 회장은 이날 “농인의 보이는 소리와 청인의 들리는 소리의 화음으로 어우러진 아름다운 음악 속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농인들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음악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소프라노 인성희 백석대 교수의 무대에는 여성 수어 통역사가 함께 올랐다. 가곡 ‘내 맘의 강물’이 백 교수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자 수어 통역사의 손끝에서 보이는 음악이 이어졌다. 섬세한 묘사가 마치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테너 이태원 김천대 교수의 무대에서는 남성 통역사가 섰다. 노래의 감정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 성악가와 동성의 통역사가 무대에 오른다고 했다.

피날레는 ‘영롱중창단’과 수어합창단의 협연이 장식했다. 들리는 소리와 보이는 소리가 어우러져 찬송가 419장 ‘주 날개 밑 내가 편안히 쉬네’와 79장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불렀다. 소리와 수어 합창은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농인 후원을 위해 준비한 음악회였지만 복음을 전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영락농인교회 장로인 안 회장은 “30만명 넘는 농인과 100만명에 달하는 가족이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살 수 있도록 교회가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 달라”면서 “듣고 말하는 게 어려운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게 쉽지 않은데 이를 위해서도 기도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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