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안녕은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 안녕은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

요조 가수·작가

입력 2021-12-03 04:05

얼마 전 자주 가던 카페가 문을 닫았다. 13년간 운영하던 카페였다. 나는 그곳에서 주로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 가끔 업무 미팅을 하기도 했고, 어떨 땐 그저 망연히 맥주 한 병을 홀짝이기도 했다. 거기엔 책이 적당히 많았다. 허투루 놓인 책은 없었다. 한 권 한 권이, 살면서 꼭 한 번은 누군가로부터 읽어보라 추천받은 기억이 있는 책들이었다. 나는 그곳을 드나들며 글을 써서 몇 권의 책을 냈다. 책이 나오면 꼭 카페에 한 권을 들고 찾아가 덕분에 책을 집필할 수 있었다고 사장님께 감사함을 표했다. 내 책이 한 권 두 권 카페 안의 다른 책들과 어우러져 머무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웠다.

사장님은 13년간 카페를 운영하면서 딱 3일을 쉬었다고 했다. ‘한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다’는 그분의 바람은 조금의 엄살로도, 모호한 비유로도 들리지 않았다. 내 주변에는 나보다 더 오래된 단골들이 있다. 나와 비교가 안 될 만큼 그곳에서 더 많은 책을 쓴 작가도, 점심시간마다 들러 막간의 휴식을 취하던 출판사 직원도, 심심할 때마다 들르던 동네 주민 디자이너도 있다. 우리는 카페의 마지막 영업 전날 다 같이 만났다. 함께 돈을 모아 산 케이크와 선물을 챙겼다. 물론 케이크에 불을 붙일 초 하나 꽂는 것을 잊지 않았다. 케이크에는 ‘우리들의 커피발전소 2009∼2021’이라는 글자가 담담하게 적혀 있었다.

조심조심 카페 안으로 들어서는데 가슴이 쿵쿵 뛰었다. 슬프고 아쉬워야 할 날인데 이 멈추지 않는 설렘과 긴장은 무엇인지 내심 계속 당혹스러웠다. 우리 모두 그런 것 같았다. 이상하게 다들 흥분하고 들떠 있다가 각자 준비한 짧은 편지를 읽으면서는 눈물을 겨우 참았다. 내가 모르는 많은 단골손님들이 카페 안의 이런저런 물건과 화분을 하나씩 자기 몫으로 챙겨갔다고 한다. 나는 매일 오후 여섯시면 들을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음악’이라는 방송을 챙겼다.

요조 가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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