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가능성에 대해 “논의된 바도 없고 추진계획도 없다”며 강하게 선을 그었다. 홍 부총리의 강한 어조에는 청와대의 의중이 실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논란에 이어 여당 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간 충돌 2라운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홍 부총리는 이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로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 조치를 논의한 바 없고 추진 계획도 없음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주택시장 안정화 흐름이 지속되고 매물도 증가하는 상황에서 다주택자 양도세를 한시 인하하는 경우 입법 과정에서 절세를 기대한 기존 매물 회수 등으로 다시 부동산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복적인 중과 유예에 따른 정책 신뢰도 훼손, 무주택·1주택자 박탈감 야기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전날 저녁에도 홍 부총리 발언과 비슷한 취지의 보도자료를 갑자기 배포했다. 정부 관계자는 “마치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를 완화할 것처럼 시장에 시그널이 가고, 그 기대가 그대로 굳어지면 안 되니까 정부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자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틀에 걸쳐 여당발(發) 주장을 단번에 일축하고 나선 배경에는 청와대의 의지가 뒷받침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단순히 홍 부총리 의지 하나만으로는 낼 수 없는 자료”라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한 상황에서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정부뿐 아니라 청와대도 상당히 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청와대 의사에 반해서 정부가 독자적으로 설명자료를 낼 순 없다. 메시지 필요성을 정부가 먼저 건의했고, 청와대가 공감을 표하면서 내게 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현재권력(문재인 청와대)와 미래권력(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간 기싸움 2라운드 조짐이 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권 말까지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유지해야 하는 현 정부와, 대선을 앞두고 ‘표심 달래기’ 차원에서 양도세 완화 카드를 꺼낸 여당 간 ‘동상이몽’이 이 같은 미묘한 상황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후보의 부동산 세제에 대한 기본 기조도 보유세는 높이고, 대신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이다.
여당에서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개별 의원을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 완화 관련 주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한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보궐선거 패배 이후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 전반적으로 부동산 세제를 완화해왔는데, 다주택자 양도세까지 완화하면 결국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세금 정책을 다 손대는 셈 아니냐”라며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까지 추진하기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내에 다주택자 양도세 감면을 반대하는 의원들이 여전히 많은 점도 변수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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