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고위관계자, 핵심관계자, 관계자

국민일보

[한마당] 고위관계자, 핵심관계자, 관계자

남도영 논설위원

입력 2021-12-10 04:10

‘관계자’에도 급이 있다. 청와대의 경우 비서실장이나 정책실장, 수석은 대개 ‘청와대 고위관계자’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업무를 담당하는 비서관급은 핵심관계자, 행정관급은 관계자라는 단어를 주로 쓴다. 국가정보원 직원이나 대북 업무를 다루는 청와대 외교안보 담당자 등을 인용할 때는 정보당국자라는 표현을 구사한다. 권력형 비리 등을 제보하는 정치권 인사나 검찰 간부는 사정당국 관계자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정당으로 눈을 돌리면 당 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급은 당 고위관계자라고 한다. 정책위의장이나 사무총장은 고위관계자로 쓸 때도 있고, 핵심관계자로 쓸 때도 있다. 발언의 중요도 등을 고려해서 그때그때 결정된다.

관계자를 사용하는 정해진 규칙은 없다. 일종의 관행처럼 여겨졌다. 다만 관계자를 핵심관계자로 과대포장하거나 별로 상관이 없는 인물인데 관계자로 인용하면, 언론계와 취재원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 관계자가 누구인지 대략 드러나기 때문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취재가 힘들어진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이동관 홍보수석은 ‘이핵관(이동관 핵심관계자)’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언론에 핵심관계자가 너무 많이 등장해 문제가 되자, 이 수석이 핵심관계자 용어 사용 금지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이 수석은 “정부 초기에는 ‘핵관’이라고 하면 나를 지칭했다. 이제는 아무나 핵심관계자라고 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유행시킨 단어가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관계자)이다. 도대체 윤핵관이 누구냐가 화제였는데, 거론된 인사들은 격렬히 부인했다고 한다. 관계자라는 표현은 최소화하는 게 원칙이다. 취재원이 익명을 전제로 정보를 제공할 경우, 국가 안보상 필요한 경우,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한 경우 등으로 한정해야 한다. 그런데 언론에 등장하는 핵심관계자는 갈수록 늘어난다. 부실한 취재를 관계자라는 익명으로 가리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언론의 자성이 필요하다.

남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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