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교회, 농촌유학센터를 열다… 도시 어린이 생태 배우고 고령화 농촌 활기 회복 ‘일석이조’

국민일보

시골교회, 농촌유학센터를 열다… 도시 어린이 생태 배우고 고령화 농촌 활기 회복 ‘일석이조’

해남 신기교회, 지역 살리기 사역 나서

입력 2021-12-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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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신기교회가 2019년 진행한 농촌유학 맛보기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이 마을 인근 해바라기 밭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신기교회 제공

전라남도 해남 마산면 신기교회는 전형적인 농촌교회다. 대부분 농촌교회가 그렇듯 신기교회 역시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침체돼 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박승규(55·사진) 신기교회 목사가 최근 새날농촌유학센터를 개소했다.


박 목사는 1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많은 분이 농촌교회를 한국교회 모판이자 생명의 터전이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점점 양로원이 돼 가는 실정”이라며 “농촌교회에 희망을 만들기 위해 오래전부터 구상해 왔던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말은 농촌교회라 했지만, 박 목사의 시선은 교회를 넘어 마을을 향했다. 박 목사는 예전부터 농촌교회 유휴시설을 활용해 농촌유학센터를 만들어 도시 아이들을 마을로 초청하자고 주장해 왔다. 직접 농촌의 현실과 부딪히며 교회가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 결과였다. 2년 전 이미 농촌유학 맛보기 캠프를 열기도 했다.

박 목사는 “교회가 단지 교인들이 예배드리는 장소로만 의미를 가져선 안 된다”며 “지역과 교회가 하나 되는, 모든 지역민의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끊임없이 지역사회를 살피고 돌보는 일은 결국 교회를 건강하게 한다”며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이뤄가는 길”이라고 전했다.

신기교회 전경. 신기교회 제공

박 목사는 농촌공동체의 구심점은 학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촌유학센터가 점점 학생 수가 줄고 있는 농촌 학교를 살리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농촌유학센터를 통해 해남역사문화탐방을 비롯해 농사 체험, 안전한 농산물을 이용한 시골 밥상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학교와 마을, 지역아동센터와 연대해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도 계획 중이다. 현재 유학생 1차 모집 중이다.

지자체도 적극 장려하고 있다. 학생 부담을 덜기 위해 유학비도 일정 부분 지원한다. 이번에 박 목사가 생각만 하던 농촌유학센터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서울시교육청과 전라남도교육청의 농촌유학 추진 계획 덕분이었다. 박 목사는 “도시 아이들은 농촌유학을 통해 도시에서 배우기 어려운 생태 친화적 환경과 프로그램을 제공 받아 좋고, 농촌 마을은 아이들로 인해 활기를 찾을 수 있어서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교회는 과거 교회가 노인주간보호센터로 이용했던 건물을 농촌유학센터로 활용하기로 했다. 노인주간보호센터 역시 신기교회가 마을의 어려움에 먼저 발벗고 나서 만든 기관이었다. 농촌에서 평생을 살다 나이가 들어 고향을 떠나 요양원에 가는 지역민들의 모습에 2003년 노인주간보호센터 ‘새날을 여는 집’을 개원했다. 2010년에는 노인공동생활가정인 ‘새날의 집’도 열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역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교회. 박 목사가 1995년 신기교회에 부임하며 품었던 마음이다. 그는 26년이 지났지만, 이 마음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박 목사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순 없다”며 “계속해서 희망의 농촌과 농촌교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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