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아바타

[한마당] 아바타

고세욱 논설위원

입력 2022-01-06 04:10

아바타(Avatar)는 산스크리트어 ‘아바따라(Avataara)’에서 유래한 것으로 땅으로 내려온 신의 화신(化身)을 뜻한다. 아바타 하면 2009년 개봉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행성 판도라를 두고 지구인과 원주민 간 전쟁과 사랑을 다뤘다. 컴퓨터그래픽(CG) 등 디지털 기술의 완벽함, 풍부한 상상력이 세계 영화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을 들었다. 국내 개봉 외화 중 첫 관객 1000만 돌파 영화가 됐다. 요즘에는 아바타가 메타버스 등 가상공간에서의 또 다른 자아로 더 많이 알려지고 있다. 회의도 하고 오락도 즐기고 심지어 돈도 번다. 메타버스의 발전 가능성으로 아바타에 꽂힌 젊은 세대들이 급증하고 있다.

귤나무가 장소를 옮기면 탱자나무가 되듯 혁신의 캐릭터 아바타는 정치 무대로 가면 의미가 영 추해진다. 꼭두각시, 허수아비처럼 남의 조종이나 받는 무능력한 정치인을 주로 일컫는다. 19대 대선 당시 상승세를 타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라는 네거티브 공격에 주저앉았다. 이는 드루킹의 댓글 공작 소재로도 활용됐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선 서울시장 오세훈, 박영선 후보가 각각 ‘MB 아바타’, ‘문재인 아바타’란 비판을 들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둘러싸고 아바타 논란이 뜨겁다. 재밌게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먼저 불거졌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최근 말실수를 막는다며 윤 후보에게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 좀 해달라”고 주문했다. 당장 여당은 ‘윤석열=아바타’로 드러났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윤 후보는 5일 선대위 해체와 함께 김 위원장과 결별하며 그의 아바타 역을 거부했다. 분명한 것은 이 논란은 윤 후보가 자초했다는 사실이다. 높은 정권 교체 여론에도 그동안 부적절한 언행, 아내 의혹 미흡 대처, 국가 비전 제시 소홀로 점수를 다 까먹었다. 역량과 리더십 부족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홀로서기가 성공할까. 오직 국민만의 아바타가 되겠다는 각오와 환골탈태가 관건이다.

고세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