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무운을 빈다

국민일보

[한마당] 무운을 빈다

오종석 논설위원

입력 2022-01-11 04:10

‘무운을 빈다’는 말이 요즘 정치권의 대표적인 풍자가 됐다. 무운(武運)은 원래 ‘무인으로서의 운’을 뜻하는 말로, 무운을 빈다고 말하면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나 병사에게 무탈하게 이겨서 돌아오라는 바람이자 덕담이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에서 사용하는 무운은 ‘잘 되길 바라지만 과연 그렇게 될지’라는 의문형의 표현으로 종종 해석되기도 한다. 그래서 무운(無運)이 ‘운 없기를 바란다’는 속마음을 내비친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 말을 정치권에서 연이어 화제로 올린 인물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다. 그는 윤석열 대선 후보와 당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5일 페이스북에 “3월 9일 윤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 당 대표로서 당무에는 충실하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직접 선대위에 관여하거나 선거를 돕지는 않겠지만, 알아서 잘해보시라는 가시 돋친 말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최근 지지율이 급부상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에게도 지난해 11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당시 “(안 대표의)무운을 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7일에는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닷페이스 출연 기사를 공유하며 “복어요리에 도전 중인 듯한데, 무운을 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복어는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다뤄야지 맛있는 식재료다. 아무나 푹푹 찌르면 독”이라고 한 바 있다. 따라서 이 후보가 페미니즘과 성 소수자 등의 의제를 주로 다루는 닷페이스에 출연하는 것을 비꼰 것으로 풀이된다.

김남국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온라인소통단장도 8일 페이스북에 윤 후보를 겨냥, “그제는 김종인에 휘둘리고, 어제는 ‘윤핵관’에 휘둘리고, 오늘은 ‘이핵관’에 휘둘리고 내일은 또 누구에 휘둘릴까 걱정스럽다”며 “갈대 같은 윤 후보, 그저 바람이 불지 않기를 바란다. 이준석 대표의 무운을 빈다”고 썼다. 이번 대선 레이스는 정책과 비전보다 막말과 말장난이 더 무성해 걱정이다. 자칫 정치권 전체가 국민의 조롱거리가 될 수도 있다. 정치권의 무운을 빈다.

오종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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