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풍경화] 그 마음 알지요

국민일보

[편의점 풍경화] 그 마음 알지요

봉달호 작가·편의점주

입력 2022-01-15 04:05

“이 과자, 맛있긴 한데 손에 가루가 많이 묻어 좀 그렇다.” 과자에 대해 품평을 했더니 아내가 씩 웃으며 말한다. “그러니까 나는 젓가락으로 먹지롱!” 순간 아뜩했다. 과자를 구입하며 나무젓가락을 가져가는 손님이 있다. 대체 왜 그럴까 싶었는데 그 용도가 드디어 밝혀졌도다! 나무젓가락은 컵라면 상자에 달려오니 점주로서 특별한 비용이 드는 소모품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지구가 아프겠다’하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편치 않았는데, 내 아내가 그랬다니.

한번은 가족 여행 떠났는데 아기 빨대컵을 가져가지 않았다. 어떡하나, 다 흘리고 먹을 텐데…. 잠시 후 어머니가 음료용 빨대를 한 움큼 들고 오셨다.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더니 “근처 편의점에서 들고 왔지” 하시며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웃으셨다. 아, 어머니…. 내가 운영하는 편의점에도 간혹 그런 손님 있다. 상품이라도 하나 구입하고 그러면 모르겠는데, 조용히 가게를 둘러보다 빨대만 쏙 빼서 들고 나간다. 빨대 하나 얼마 되진 않지만 왠지 얄밉다. 내 어머니가 그런 어머니였다니. 흑흑, 어머니.

여행 중 젖병 데우는 일도 문제였다. 우리는 늘 편의점에서 해결했다. 지나가다 편의점 앞에 차를 세우고, 마침 마실 음료 몇 개 구입하고는, “젖병 좀 데워도 되겠지요?” 양해를 구했다. 모든 편의점 점주들이 “그럼요!” 하며 반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느 편의점에서 “흘리진 마시고요” 하고 꼬리말을 달았다. 차가운 바람이 쌩 지나갔다. 씁쓸한 기분이 스쳤는데, 그러고 보니 나도 우리 편의점에서 전자레인지를 청소하며 속으로 구시렁거린 적이 많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칠칠치 않게 흘리는 걸까’ 하면서. 그렇더라도 굳이….

입장 바꿔 놓으면 서로가 보인다. ‘저 손님 왜 저럴까’ 싶은 행동이 내 가족일 수 있고, 내가 친절을 바란 행동이 내가 소홀했던 일일 때도 많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강요해선 안 되고, 내가 받고 싶은 무엇이 있다면 남에게 먼저 베풀면 된다. 다들 알고 있지만 생각과 행동이 따로 노는 곳이 사람 사는 세상이다.

엊그제는 이사한 아파트 단지 편의점에 처음 갔다. 갑자기 종량제봉투가 필요해 들렀는데 신용카드밖에 없었다. “죄송해서 어쩌죠?” 쭈뼛거렸더니 카운터에 계시는 분이 푸근한 미소를 보였다. “요즘 카드 결제하는 일로 미안해하는 손님 드문데…” 하시는 말씀에 나도 편의점 점주라고 고백했다. 상대방이 ‘어쩐지’ 하는 표정으로 웃었다. “장사하는 사람이 이 심정 알지요” 하며 함께 웃었다. 종량제봉투는 이윤이 아주 박하다. “오늘 이사 오셨어요?” “네.” “축구 좋아하세요?” 눈을 크게 떴더니 동네 조기축구회에 나오란다.

2자가 세 개나 들어가는 2022년,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리는 한 해가 되기를. 나는 올해 편의점 10년 차가 됐다. 처음 시작하던 그 마음으로 근무복 매무새를 단정히 다듬어야겠다. 주말엔 축구 하러 나가야지. 아참, 아내는 과자 먹을 때 쇠젓가락을 사용한다.

봉달호 작가·편의점주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