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많고 도농 겹치고 월세 싸고… 인천 남동구는 ‘개척의 용광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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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많고 도농 겹치고 월세 싸고… 인천 남동구는 ‘개척의 용광로’

전국서 교회가 가장 많은 인천 남동구에 가보니

입력 2022-01-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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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교회가 가장 많은 도시인 인천 남동구의 풍경. 상가건물부터 다세대 주택 지하실 교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모래내시장 입구 상가 2, 4층에 잇따라 들어선 교회, 출입문이 폐쇄된 교회, 건물 지하에 들어선 교회(위부터 시계방향). 소속 교단 표시나 연락처 없이 교회 이름만 적혀 있다.

미복교회 은성교회 주사랑교회 은혜와축복교회 제일교회…. 지난 6일 오후 인천 남동구 만수로 만수시장 입구. 공영 주차장에서 나와 몇 걸음 떼지 않아 마주친 교회들이다. 단독 건물을 둔 교회부터 상가, 심지어 일반 다세대 주택 출입문에도 교회 이름이 걸려 있었다.

시장을 가로질러 다세대 빌라가 밀집해 있는 만수5동에 들어섰다. 대로변의 제법 큰 교회들을 지나 접어든 골목 안에는 건물 하나 건너 하나마다 교회가 들어서 있다시피 했다. 간판이 낡아 간혹 교회 이름이 일부 지워진 곳도 있었고, 사람이 출입하지 않는 것 같은 교회도 더러 보였다. 뜸하긴 했지만 새 간판도 눈에 띄었다. 한동안 도시마다 빼곡하게 들어서 있던 십자가 첨탑이 네모난 플라스틱 교회 간판으로 탈바꿈한 것 같았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9년도 ‘전국 사업체 조사:시군구별 산업 세세분류 현황’에 따르면 전국 250개 시군구 가운데 기독교 단체(교회·기도원·선교센터 등)가 가장 많은 지역은 인천 남동구로 709곳이었다. 전국 시군구 평균 교회 수(227곳)의 3배가 넘는다.

한교총 소속 교단 절반, 나머지는 ‘나홀로’ 교회

남동구에는 어떤 교회들이 몰려 있을까. 12일 주요 교단에 따르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교단 소속 교회가 대략 140곳으로 가장 많다. 이어 인천을 기반으로 교세가 성장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83곳을 비롯해 예장통합이 47곳,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27곳,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28곳 등 한국교회 대표연합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의 33개 회원 교단에 속한 교회가 350개 정도로 추산된다. 다시 말해 나머지 절반 정도는 군소 교단이거나 ‘나홀로’ 교회가 차지한다. 또는 교회 명칭을 쓰고 있는 기독교 이단 단체도 일부 포함돼 있다.

인천 남동구 기독교연합회 직전 회장인 김용남(인천성문교회) 목사는 “이 지역에는 (교단에 소속된 교회 말고도) 개인이 개척한 교회도 많은 것 같다”면서 “기독교연합회에서 별도로 파악한 남동구 내 교회는 830곳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식 교단에 소속된 교회라면 한 건물에 2~3개씩, 또는 건물마다 다닥다닥 붙어 있도록 교회 설립을 허락해주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교회 개척은 상급 기관인 노회(지방회)에 이어 최상급 기관인 총회까지 거쳐 허락을 받는다. 개척 교회 위치와 이웃 교회의 소속 교단과 거리 등도 따진다.

기형적인 교회 입지에는 한국교회의 병폐로 꼽히는 교단 난립과 무인가 신학교, 목사안수 남발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남동구에서 목회 중인 예장합동 소속 노회 임원은 “듣도 보도 못한 신학교를 입학하자마자 목사 안수를 받고, 교회 간판을 내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면서 “대부분 소속 교단 마크 없이 ‘대한예수교장로회’라는 문구와 교회 이름만 새겨 넣고 교회 간판을 내건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 명칭을 넣은 장로 교단만 전국 250개가 넘는다.

“개척 조건 부합하고, 선택 폭넓어”

그런데 왜 남동구로 교회가 몰린 걸까. 데이터로 보면 단기간에 급증한 현상은 아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지금의 교회 수를 기준으로 조금씩 오르내렸다. 교회가 몰리게 된 요인은 복합적이다. 대부분은 “목양을 위해 기도하면서 섬길 곳을 찾아 여기로 왔다”는 목회적 요인을 비롯해 경제·지리·인구·사회학적 배경 등도 함께 거론한다.

모래내시장 입구 상가에 교회를 둔 권종성(선현교회) 목사는 “사람이 많고 다른 지역보다 월세가 낮은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척해서 부자 동네로 갈 순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전도를 하려면 대개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을 선호한다. 또 개척교회 입장에서는 재정적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임대료 같은 고정 비용을 낮추고 싶어한다.

남동구의 경우 인구와 인구밀도가 전국 상위 20% 이내에 속한다. 2005년 이후 인구 순유입이 이어지면서 교회 수가 최고치에 이르렀던 2010년(784곳)대 초반까지 인구가 함께 늘었다. 목회 돌봄 대상인 서민층과 빈민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특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아파트촌과 구도심, 또 농촌 지역을 아우르는 지역이다. 개척하는 교회 목회자들의 입장에선 선택 폭이 넓다. 지하철(모래내역, 만수역)과 버스 등 교통도 편리한 편이다.

이렇게 교회가 많은 지역은 일반인에게 어떻게 비칠까. 남동구 중에서도 교회가 가장 많은 만수동의 한 부동산 업소 사장은 “몇 달 전에는 다세대 주택 지하에 있는 기도원에서 노래(찬양) 소리가 너무 커서 결국 계약을 해지했다”면서 “이웃에 피해를 주면 기독교나 교회에 대한 인식이 좋을 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코로나가 터진 이후에는 가족끼리만 모이는 것 같다”면서 “한 집 건너 한 집이 교회인데 운영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갸우뚱했다.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지역 교회 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교회 간판에 적힌 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는 경우는 절반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없는 전화번호’라는 안내 음성이 나왔다.

고군분투하는 교회들, 생명력 전해져

교회가 많다 보니 이단들의 공격에도 노출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이단인 신천지(마태지파)는 남동구 지역 교회에 수시로 홍보용 인쇄물을 교회 문 앞에 배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교회는 신천지 측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코로나와 이단들의 공격, 교회에 대한 세간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현장 목회자들은 고군분투하며 목회를 이어가고 있었다.

모래내시장에서 8년째 개척 목회를 이어가고 있는 박모 목사는 “여러 가지로 상황은 어렵지만, 우리는 매일 전도하고 있다. 그래서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도 성도가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고백이 힘들어하는 주변 교회에 덕이 되지 못할까 봐 교회와 이름 공개를 꺼렸다. 그가 시무하는 교회 바로 앞 개척교회는 지난 8년 동안 교회 간판이 7차례나 바뀌었다.

올해 칠순을 맞는 새희망순복음교회 조순옥 목사는 “2년 넘게 제대로 대면예배를 드리지는 못하지만 전화 심방하면서 몇 안 되는 성도에게 기도도 해주고 수다도 떤다”면서 “힘들어도 희망을 갖고 목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최다 교회 1위 도시의 생명력이 그에게서 전해지는 것 같았다.

인천=글·사진 박재찬 기자, 장창일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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