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마스크 미인

국민일보

[한마당] 마스크 미인

한승주 논설위원

입력 2022-01-15 04:10

‘마기꾼’, 마스크를 쓴 사기꾼. 마스크를 쓴 얼굴만 보다가 벗으니 기대만큼 매력적이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뜻이다. 실제로 마스크를 쓰면 더 예쁘고 잘 생겨 보인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카디프대 연구진이 지난해 2월 여성 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호감도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참가자들은 마스크로 얼굴 절반을 가린 남성이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책으로 얼굴을 가린 경우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남성을 상대로 여성의 매력을 조사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남녀 불문하고 마스크를 쓴 이성을 더 매력적으로 보는 이유는 과장을 일삼는 뇌의 작동원리 때문이다. 마스크는 눈으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우리 뇌는 마스크로 가려진 부분을 좋은 쪽으로 과대평가한다는 설명이다. 천 마스크보다 파란색 덴탈 마스크의 매력도가 높았는데, 이는 의료진을 연상시키며 안도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 연구결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인지 연구: 원리와 함축’에 게재됐다.

코로나 확산 초기 서구권에선 마스크 착용을 꺼렸다. 마스크는 범죄자나 환자만 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이었다. 길어진 팬데믹 속에서 마스크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거듭났다. 뜻밖의 마스크의 효능은 심미적인 것뿐 아니다. 심리적인 것도 있다.

일본에서는 ‘가오 판츠’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얼굴 팬티’라는 뜻. 마스크를 벗으면 속옷을 벗은 것처럼 불편하다는 세태를 반영한 말이다. 마스크를 쓰면 선생님에게 혼나도 충격이 덜하다, 맨얼굴로 다닐 자신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의 인터뷰가 현지 언론에 실렸다. 표정이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마스크는 스스로를 방어하는 수단이 된다. 사회생활의 스트레스를 완충시켜주는 가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코로나가 종식돼도 마스크를 쓰겠다는 응답이 80%를 넘는다는 조사도 있다. 남의 나라 이야기지만 코로나가 사라져도 마스크는 남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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