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애플은 되고 삼성은 안 되는 이유

국민일보

[뉴스룸에서] 애플은 되고 삼성은 안 되는 이유

김준엽 산업부 차장

입력 2022-01-17 04:06

최근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공개한 ‘2021 글로벌 시가총액 100대 기업’에서 삼성전자는 15위를 차지했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순위권에 들었다. 대단해 보이지만 아쉬운 면도 있었다. 애플이 1위였고, 대만 TSMC도 11위를 차지하는 등 경쟁 업체들은 삼성전자보다 앞서 있었다. 특히 TSMC와는 2020년에 순위가 한 단계 차이였으나 2021년에는 4단계로 격차가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선전, 폴더블 스마트폰 대중화, TV 시장 1위 유지 등 사업 전반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그럼에도 주가는 ‘7만 전자’에 머물러 있다. 반면 애플은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한 회사가 됐다. 4조 달러 돌파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애플이 애플카, 메타버스 등에서 추가적 성장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애플은 미래에 어떤 제품을 내놓을지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시장에 떠도는 루머만으로도 회사에 대한 기대가 생기고 이게 주가에 반영되는 셈이다. 주가는 회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종합적 판단이 반영된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차이는 시장이 이들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997년 회사에 복귀하면서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했다. 요지는 애플이 어떤 회사인지 정체성을 대중에 각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잡스는 “고객은 애플이 누구인지, 무엇을 상징하는지 알기 원한다”면서 “프로세서 성능이 어떻고, 윈도보다 왜 뛰어난지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애플이 누구이고 왜 세상에 존재하는지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며 이 세상을 진보시킨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이 애플의 본질”이라고 정의했다. “(광고에 등장하는) 피카소, 아인슈타인, 간디, 찰리 채플린 등이 컴퓨터를 쓴다면 그것은 맥(MaC)일 것이다.” 이게 잡스가 애플을 대중에게 각인하고 싶은 이미지였다.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한 2007년 사명을 ‘애플 컴퓨터’에서 애플로 바꿨다. 컴퓨터가 더는 애플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대외적으로 이를 천명한 것이다. 월마트는 2017년 ‘월마트 스토어’에서 월마트로 이름을 바꿨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메타로 개명했다. 사명 변경은 회사 방향이 바뀌었음을 시장에 알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사업 간 장벽이 무너지고,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사명은 고유한 이름만 쓰는 추세다.

PwC 상위 20위 회사 중 사명 뒤에 업의 특성을 정의하는 수식어가 붙은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1969년 창업할 때 만든 이름을 반세기 이상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력 사업은 가전제품에서 반도체, 스마트폰 등으로 계속 변해왔다. 사명 변경을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현재 사명이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혁신적 기업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PC와 모바일을 넘어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시대를 앞당기는 데 기여하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의 경쟁은 반도체 초미세화를 앞당기고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향후 다양한 폼팩터의 모바일 기기 등장의 길을 열었다. 전 세계 기업 중 이런 일을 특정 회사가 한 경우는 보기 어려울 정도다. 삼성전자는 이제 1등 뒤를 조용히 따라가는 ‘패스트 폴로어’도 아니다. 퍼스트 무버로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기술적 진보도 중요하지만, ‘삼성전자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도 필요해 보인다.

김준엽 산업부 차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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