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들 지나친 관심·기대에… 목회자 절반 “자녀교육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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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들 지나친 관심·기대에… 목회자 절반 “자녀교육 힘들어요”

입력 2022-01-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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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서 목회하는 박모(47) 목사는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10대 아들이 동네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기 때문이다. 목회에 치중하느라 자녀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해 생긴 일이라 생각하니 후회가 된다. 그래서 교회 일을 좀 줄이고 사춘기 아들과 더 많은 대화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로 다짐했다.

#고등학생 김모(18) 양에게 목회자의 자녀라는 사실은 적잖은 스트레스다. 교인들의 시선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평범한 가정의 아이로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란 적도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신앙이 깊어지면서 목회를 이해하게 됐고 아버지가 목회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감사한 것임을 깨달았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교회사역의 소명(calling)을 감당한다. 새벽기도와 설교 준비, 심방, 상담 등으로 거의 휴일도 없이 사역하다 보니 피로가 쌓인다. 그러다보니 정작 가정생활과 자녀 양육 등 가장으로서 의무를 소홀하기 쉽다.

목회자 자녀를 PK(Pastor’s Kid)라고 부른다. 하지만 때론 Problem Kid(문제아)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표현은 목회자 자녀에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교인들의 관심과 기대 속에 자랐기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됐을 때 목회자 자녀로서 받는 심적 부담과 정신적 고통은 매우 크다.

지난 1~20일 한국교회 목회자 100명에게 문자, 이메일 등을 통해 ‘목회자의 자녀교육’ 등에 대해 물었다. 절반 이상의 목회자들은 자녀교육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많은 목회자들은 교인들이 목회자의 가정을 평범한 가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거룩하고 모범적인 목회자의 삶의 모습 이상으로 목회자 자녀에게 그런 삶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쉼터 ‘포유’ 한관희 소장은 “교인들은 목회자의 어린 자녀에게 목사와 같은 수준의 품위와 희생을 요구하고 목회자는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환경에서 목회자 자녀들은 그저 숨죽이며 눈치만 보는 안타까운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솔로몬일터교회 김동연 목사는 “목회자들도 자녀교육에서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잘못을 저지르는 자녀에게 채찍을 너무 아껴 교회 안팎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고 했다. 농어촌과 같이 작은 마을에 있는 교회일수록 이런 현상이 심했다. 농촌교회 목회자의 자녀 서모(17) 양은 “목회자 자녀 생활은 마치 집의 벽이 유리로 만들어지고 어항 속 물고기처럼 감시당하는 느낌”이라며 “교인들은 목회자의 가정에 자기 나름대로 이상적인 기준을 부여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목회자 가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교인들의 이중 잣대(dual standard)였다. 교인들은 이렇게 해도 되지만 목회자는 이래선 안 된다는 식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목회자와 사모는 영적·도덕적으로 성숙하고, 자녀는 신앙적으로 건강하고 사회에서도 모범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소위 완벽한 목회자 가정을 요구하는 심리가 존재한다. 경기 용인 송전교회 권준호 목사는 “목회자 부부가 갖는 압박감이 그대로 자녀에게 전달된다. 신앙과 행동 면에서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다”고 했다. 권 목사는 “자녀들에게 먼저 공감해 줘야 한다”며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체계적인 내적 치유 수양회 참여를 권면했다.

목회자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안 속에 가둬야 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목회자 가정은 큰 기쁨이나 반가운 일이 생겨도 쉽게 외부로 표현할 수 없고,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을 경우 숨기기에 급급한 경우가 많다.

압구정예수교회 임우성 목사는 “아들이 친구의 부당한 요구까지 참는 것을 보고 속이 많이 상했다. 가슴이 무너졌고 간절히 기도했다. 지금 아이는 성장해 신학생이 되고 전도사가 됐다”고 간증했다. 광주청사교회 백윤영 목사는 “그동안 한국교회 목회자는 가정을 희생시켜 교회를 부흥시키는 구조적인 모순을 안고 있었다. 목회자 자녀의 탈선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목회자 자녀의 삶은 경계의 불분명과 정체성 혼란으로 비치기도 한다. 이런 삶 속에 있는 목회자 자녀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교회 전문가들은 목회자 자녀를 교인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하고,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자 고유한 존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가기도포럼 이재흥 사무총장은 “교회와 목회자의 가정, 목회자와 목회자 자녀 사이에는 경계선이 필요하며 이것을 교인이 혼동하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씨티교회 조희서 목사는 “자녀에게 날마다 성경 읽고 기도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교인에게 신앙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고 했다. 한국선원선교회 최원종 대표는 “자녀는 소유하고 지배하는 자산이 아니라 소중하게 보살펴야 한다. 자녀는 가장 중요한 손님이다. 각별한 보살핌을 받으며 잠시 머문 뒤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기 때문이다. 귀한 손님으로 대해주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목회자 자녀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며 그들의 삶을 미리 재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사랑의교회 사랑패밀리센터 이의수 목사는 “내 자녀는 이렇게 해야 하고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성도의 변화와 성장은 인내하며 기다릴 수 있는데, 내 자녀의 변화와 성장은 기다리지 못하는 모순된 삶을 살고 있다. 목회자 자녀들은 방황하면 안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자녀들이 목회자는 아니다. 자녀는 목회자에게 첫 번째 성도”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하이미션 윤인규 대표는 “목회자 스스로가 자녀에 대한 높은 기대치와 욕심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좋은 관계와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성경적인 가치관을 심어주며 자녀에 대한 기대치가 큰 만큼 부모의 마음으로 축복할 것을 권고했다.

자녀에 대한 상담과 소통도 빠트릴 수 없는 대목이다. 꿈너머꿈교회 김헌수 목사는 “목회자 부모와 자녀는 대화하고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교회 생활에서 서로 함께 신뢰하는 모습에서 그들도 그렇게 자라고 있기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치유상담대학원대 총장인 김의식 목사는 “하나님께서 교회(행 2:1~4)보다 가정(창 2:24)을 먼저 허락하셨다. 가정은 그만큼 소중하다. 그러나 목회자는 밤늦게까지 주의 일에 힘쓰다 가정에 소홀하기 쉽다. 구약성경에서도 사무엘 선지자가 자녀 문제로 불행을 겪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딸을 양육하기 위해 에베소서 6장 4절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는 말씀을 붙잡고 기도했다.

제주 사랑의교회 표순열 목사는 “목회자가 가정을 소홀히 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성공적인 목회자라 할 수 없다”며 목회자가 모범적인 생활을 하며 목회를 할 때 자녀들은 은연중에 부모를 닮게 된다고 강조했다. 군포 샬롬교회 김정하 목사는 “자녀에게 재산보다 신앙을 물려줘야 한다. 함께 예배드리고 기도하며 하나님의 말씀으로 교육하는 것이야말로 목회자 자녀교육의 첫째 계명”이라고 말했다.

자녀에게 기도훈련과 말씀훈련을 시켰다는 국제청소년마약조직범죄예방교육훈련원 이덕일 목사는 “목회를 핑계로 자녀교육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자녀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목회자야말로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 존경받는 목회자로 인정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밥퍼’사역을 하는 이웃사랑선교회 대표 박덕기 목사는 “목회자로서 자녀교육의 철학은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입을까 염려하지 않고 성경 말씀에 따라 하나님 사랑, 이웃사랑을 실천하면 성령님께서 푸른 초장,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해 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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