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송 앞둔 선교사·유학 온 자녀들에 교단 구분 않고 “빈 방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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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송 앞둔 선교사·유학 온 자녀들에 교단 구분 않고 “빈 방 있어요”

웨슬리하우스는…
출국전 거처 마땅찮아 헤매는
선교사 가족들에 임시 거처 마련
“성도들 초교파적 후원 덕분”

입력 2022-01-2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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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국(왼쪽) 선교사가 지난 7일 서울 관악구 웨슬리하우스 신림선교관에서 가족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해외 파송을 앞두고 마땅한 임시 거처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에 부닥친 선교사들과 그들의 자녀들인 한국교회의 다음세대에게 “여기 빈방 있어요”라고 외치는 기관이 있다. 웨슬리사회성화실천본부(웨사본·대표회장 홍성국 목사)의 웨슬리하우스다.

웨슬리하우스는 코로나19로 한층 어려움을 겪고 있을 선교사와 그들의 가정을 위해 선교관과 학사관을 운영, 제공한다. 2017년 처음 문을 연 웨슬리하우스는 현재 서울 관악구 신림선교관을 중심으로 인천, 경기 등에 모두 38곳을 운영 중이다.

장종국(51) 선교사는 지난달 29일 아내, 열다섯 살과 아홉 살 자녀와 함께 신림선교관을 찾았다. 사흘 전 전북 익산 이리남중교회(박춘수 목사)에서 동유럽 슬로바키아로 파송을 받은 직후였다.

지난 7일 이곳에서 만난 장 선교사는 “출국 전 두 주간 지낼 곳이 막막했던 우리 가정을 신학교 은사님이신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님께서 안타깝게 여기시고 웨슬리하우스를 연결해주셨다”며 “계획에 없던 가장 좋은 거처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며 감사를 전했다.

장 선교사는 출국 전까지 머물 곳을 알아봤지만 여의치 않았다. 교단에서 운영하던 안식관도 이미 자리가 다 찼다. 코로나 시기를 안식년으로 삼고 국내에 들어와 재충전하고 있는 선교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장 선교사는 ‘이민 가방’ 다섯 개를 들고 출국 전까지 묵을 곳이 여의치 않았다. 가족들과 친척 집을 전전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런 장 선교사 가정에게 웨슬리하우스는 기꺼이 그들의 손을 잡아줬다. 교단은 달랐지만 차별 없이 장 선교사에게 방을 제공하며 안식처를 마련해줬다.

장 선교사는 “선교사님들은 갑작스럽게 신변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마땅히 머물 곳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비용 부담을 무릅쓰고 두 주간 머물 호텔을 알아보던 차에 만난 웨슬리하우스는 마치 하나님이 주신 위로였고 격려였다”고 말했다.

웨사본 상임이사 조정진 목사는 “웨슬리하우스가 ‘빈방 있어요?’라고 묻지 않고, ‘빈방 있어요!’라고 외치는 이유도 거처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미리 방을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으니 언제든 찾아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선교사께서 거절당할 것을 각오하고 문을 두드리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며 “교단 구분 없이 목회자 여부로 차별을 두지 않고 필요한 이들에게 선교관을 지원하는 이유도 초교파적으로 후원해주시는 성도님들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장 선교사는 “여기 머물며 받은 은혜를 슬로바키아 땅에서도 나누고 싶어졌다”며 “현지에서 맡게 될 교회를 하루빨리 자립시켜 동유럽 땅을 오가는 선교사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 등 나그네 같은 마음으로 낯선 땅을 헤맬 분들을 품고 싶다”고 했다.

신림선교관 바로 옆 건물에 있는 학사관에서 이찬영 정민선 이은성씨(왼쪽 두 번째부터)가 지난 21일 이상윤(맨 오른쪽), 조정진 목사와 함께한 모습. 임보혁 기자

웨슬리하우스는 장 선교사 같은 선교사뿐 아니라 그들의 자녀인 MK(선교사 자녀), 다음세대도 품는다. 신림선교관 바로 옆 3층짜리 건물을 빌려 학사관으로 운영한다. 지난 21일 이곳을 찾았을 땐 감리교신학대 학생 네 명이 묵고 있었다. 이날은 그중 이은성(22), 이찬영(22), 정민선(21)씨를 만났다. 은성씨와 찬영씨는 각각 인도와 필리핀 선교사 부모를 뒀다. 민선씨 부모님은 브라질에서 사업을 하신다. 이들은 모두 부모 곁을 떠나 신학을 공부하고자 한국에 들어왔다. 학기 중에는 학교 기숙사에 묵지만, 방학 때는 추가 거주 비용이 들어 부담이 컸다. 거처를 고민하던 이들은 학기 중 자신들을 위해 도시락을 지원했던 웨사본이 학사관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은성씨는 “부담감을 안고 조심스레 연락했더니 너무나도 흔쾌히 우릴 반겨주셨다”고 말했다. 찬영씨도 “지낼 곳이 없어 답이 없었는데 귀한 거주지를 마련해주셔서 따뜻하게 지내고 있다”고 감사를 전했다. 민선씨는 “브라질은 따뜻한 나라라 이번에 처음 눈을 봤다”며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학사관에서 머물게 됐다는 소식을 들으신 부모님이 한시름 마음을 놓았다고 말했다.

웨슬리하우스 관장 이상윤 목사는 “우리가 항상 문을 열어두고 준비하고 있으니 가능했던 일”이라고 귀띔했다. 조 목사도 “신학생들이 방치되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시작한 사역”이라며 “보금자리가 필요한 곳에 흘려보낼 수 있으니 우리가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MK들이나 한국교회 차세대 지도자들인 신학대생들이 한국교회로부터 외면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들이 받을 상처가 얼마나 클지 알기에, 학사관 사역에도 집중하려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나중에 목회자가 됐을 때 이웃에 흘려보내는 훈련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은성씨, 찬영씨, 민선씨도 한목소리로 “이를 절대 잊지 않고 한국교회에 갚겠다”고 다짐했다. 찬영씨는 “웨사본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배운 것이 있다면 사랑한다는 백 번의 말보다 예수님처럼 한 번이라도 사랑을 나누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점점 우리가 감당해야 할 미래세대의 마음속에 사랑이 식어가는 현실에서 지금까지 보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복음을 선포하는 목회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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