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논란에 고꾸라진 ‘태종 이방원’… 다음주까지 결방

국민일보

동물학대 논란에 고꾸라진 ‘태종 이방원’… 다음주까지 결방

드라마 폐지 국민청원 등 비판 확산
KBS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사과
소프라노 조수미 “강력 처벌해야”

입력 2022-01-24 04:06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단체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태종 이방원’ 제작진의 동물학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가 말 분장을 하고 촬영 당시 벌어진 사고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KBS 1TV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에서 촬영 중 강제로 쓰러뜨린 말이 사망해 동물학대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제작진에 책임을 묻고 동물을 촬영할 때 현장에 적용할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드라마는 지난 20일 낙마 장면 촬영 현장에서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쓰러트리는 영상이 공개된 이후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촬영 당시 부상을 입고 일주일 뒤 사망한 말은 ‘까미’라는 이름의 퇴역 경주마로 알려졌다.

비난 여론이 거세자 KBS는 22·23일 방송 예정이었던 드라마 13·14회를 결방한 데 이어 29·30일에도 방송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의 장면이 담긴 7회는 KBS 홈페이지를 포함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에서 스트리밍이 중단된 상태다.

동물권 보호단체 등의 항의에 KBS는 “낙마 장면 촬영은 매우 어려운 촬영이다. 말의 안전은 기본이고 말에 탄 배우의 안전과 이를 촬영하는 스태프의 안전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제작진은 며칠 전부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준비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시청자분들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제작진은 이번 사고를 통해 낙마 촬영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드라마 방영 중지와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23일 오후까지 6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유명 연예인들은 SNS를 통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배우 유연석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낙마 촬영 현장 사진을 게시하고 “더이상 돈과 시간에 쫓겨 동물들이 희생당하는 촬영현장은 없어야 한다”며 “액션 배우의 안전 또한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소프라노 조수미도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동물의 방송 출연시 미디어방침(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 모든 방송출연에 적용돼야 할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동물이 착취당하고 죽음에까지 이르는 일은 법으로도 강력히 처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가이드라인 설정과 함께 위험한 촬영 대신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예산 문제로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물권 보호단체 카라가 2020년 영화·방송계 관계자 1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동물 출연 대신 CG를 고려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58%가 ‘없다’고 답했다.

전진경 카라 대표는 “‘태종 이방원’을 포함해 드라마 영화 등 미디어에서 많은 동물이 소품으로 쓰이면서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렀다”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이 모든 방송제작에 적용돼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송 제작에서 참담한 동물학대가 근절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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