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삭풍 2년에 폐지 줍고 일시 문닫기까지… 개척·미자립 교회 갈림길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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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삭풍 2년에 폐지 줍고 일시 문닫기까지… 개척·미자립 교회 갈림길에 서다

“목회 그만둬야 하나” 고민
일부 “그래도 목회는 지속”
교계 “교회 생태계 바뀔 것”

입력 2022-01-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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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 목회를 하고 있는 J목사가 이달 초 인천 만수동의 상가건물 지하 한켠의 폐지를 옮기고 있다.

“안녕하세요, J목사님이시죠?” “잠깐만요. 이것 좀 내려놓고요.” 이달 초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한 상가 건물에 들어선 H교회에 전화를 걸자 70대 중반의 J목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전화를 받았다. 잠시 후 그는 폐지가 가득 실린 수레를 끌고 나타났다.

50대 중반에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인천에서 교회를 개척해 몇 차례 부침을 겪다가 3년 전 상가 건물 5층에 터를 잡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예배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월 임대료를 내기도 빠듯해졌다. 결국 보증금까지 야금야금 갉아먹게 되자 그나마 월세가 낮은 같은 건물 2층으로 교회를 옮겼다. 보증금 없이 월 85만원을 내고 있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이른바 ‘투잡’에 나선 것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는 J목사의 일상을 더 팍팍하게 만들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엿새 동안 일하면서 그가 손에 쥐는 돈은 월 60만원 정도. 그는 “뭐라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혼자라도 매일 새벽 예배와 수요·주일 예배까지 빠짐없이 드린다”고 말했다. 텅 빈 그의 교회에는 매주 발간하는 주보가 눈에 띄었다.

코로나는 개척·미자립 교회에 불어 닥친 매머드급 태풍이었다. 저마다 현장 예배 횟수와 참석자에 이어 헌금마저 급감했다. 이는 목회자들의 생활고와 직결된다. 특히 교단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어려운 군소 교단 소속 개척·미자립 교회들은 ‘목회를 이어가느냐 마느냐’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전국개척교회연합회(전개연) 대표 옥경원 목사는 23일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척교회 목회자들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된 이들도 많아졌고, 우리의 양곡(쌀) 지원 봉사 대상이 교회 성도가 아닌 개척교회 목회자 가정인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2001년 창립된 전개연은 1만5000여 교회 3만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한 주택가에 들어선 개척교회 입구. 출입문에 코로나19 때문에 교회 출입을 금지한다는 공고문이 붙어 있다.

연락이 닿지 않는 개척교회 상당수는 출입문에 일정 기간 교회를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해당 교회 목회자들은 교회가 아닌 자택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연금이랑 자녀들 용돈으로 버티고 있다”거나 “힘들지만 그런대로 견디고 있다”며 근황을 전해주기도 했다.

드러내놓고 말하진 않지만 아르바이트나 투잡에 나선 이들도 여럿 있었다. 서울의 한 아파트 분양 사무실에서 일하는 60대 후반의 K목사는 “연금으로 교회 월세를 충당하고 있는데,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뛰어들었다. 목회는 이제 그만두려고 진지하게 고민 중이고 교회도 내놓으려 한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목회자에게선 다른 각오를 들을 수 있었다. 인천 부평구 새생명교회 이성연(59) 목사는 “코로나로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분명히 있다. 나 자신이나 성도들이나 하나님을 더 깊이 의지하게 만들더라”며 목회를 지속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전개연 대표 옥 목사는 “코로나는 기성 교회뿐만 아니라 개척·미자립교회 생태계를 재편하는 중”이라며 “교회 건물과 예배당을 찾는 성도가 있어야만 하는 정통 목회 방식 너머의 목회를 함께 찾아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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