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정치가 묻고 경제가 답하다

국민일보

[경제시평] 정치가 묻고 경제가 답하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입력 2022-01-25 04:02

정치는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다. 오늘만을 위해 정치하는 것 같다. 지지율만을 위해서 정치하는 것 같다. 그렇게 정치하는 후보들의 모습이나, 그에 동요하는 국민의 모습이나. 어제에 대한 비판도 중요하지만 내일에 대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 오늘의 표가 아닌, 내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정치와 경제는 무관하지 않다. 산적해 있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정책이 있고, 경제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정치가 있다. 대통령을 결정하는 일은 향후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다. 정치가 길을 잃었다. 정치가 길을 묻는다면, 경제가 답해야 한다.

정치는 미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오천만 국민의 경제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구조적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제시해야 한다. 대전환 시대라고 할 만큼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변화가 진전되고 있다. 첫째, 에너지 대전환의 그림이 필요하다. 유럽연합은 탄소국경조정세제를 도입해 탄소 저감 노력을 하지 않는 제품의 수입을 막으려 한다. 그린 딜(Green Deal)이라는 환경 중심의 새로운 보호무역주의가 등장했다. 기업은 사업 영역을 조정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해야 한다. 기업의 탄소 저감 노력이 이윤 추구에 반하지 않고, 비즈니스 기회가 되게 하는 생태계를 제시해야만 한다.

둘째, 디지털 대전환은 또 하나의 거물급 변화다. 정치가 아날로그에 머물면 안 된다. 자동차는 이제 기계가 아니라 전자제품이다. 자율주행차가 깜깜한 어둠 속에서 시속 300㎞로 경주하는 장면을 목격했는가? 몇 초 만에 사람의 모습을 가상 쌍둥이(Virtual Twin)로 구현하고, 사람 몸 대신 처방 약 등의 임상 시험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았는가? 기업들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2에 참석해 첨단 기술을 다투면서 경쟁사들의 기술로부터 자극을 받으며 긴장하고 있는데, 정치는 아날로그 시절에나 어울렸던 규제라는 틀 안에 머물면서 디지털 경제로의 도약을 막아서는 안 된다.

셋째, 미래 먹거리를 찾는 새로운 산업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유망 산업 진출을 통해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의 주력 산업들이 앞으로도 유망하다는 보장이 없고, 언제든 주요 경쟁국이나 신흥국에 패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 특히나 최근 주요국들은 한국이 그동안 주력해왔던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과 같은 영역들을 중심으로 산업 환경 조성과 차별화 전략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맞는 구체적인 산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을 가난하게 할 정치는 리더의 자격이 없다.

넷째,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사회 변화는 한국이 당면한 가장 중대한 과제 중 하나다. 코로나19처럼 당장 충격을 주는 것이 아니어서 우선순위에서 배제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뒤로 미룰 수 없는 일이 됐다. 저출산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는 동시에 고령사회에 빠르게 적응해 나갈 준비가 필요하다.

다섯째, 정부 부채를 관리해야 한다. 물론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도입한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올해 같은 회복기에는 국가채무를 확대하지 않는 범위에서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 치밀하지 않고 방만한 예산은 무분별하게 쓰이는 경우가 많은 법이다. 일본이 많은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하려다 실패하고 저성장 늪에 빠져 버리지 않았는가. 국가채무에 의존하는 경제는 미래 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이는 위기에 대응할 수단마저 잃게 만든다. 재정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한 재정준칙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가 편향적일 수 있지만 경제는 중립적이어야 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