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가장 위험한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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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가장 위험한 직업

입력 2022-01-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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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 무엇일까. 광산 노동자, 소방관, 고층빌딩 유리창 닦기가 위험한 직업군에 속한다. 코로나19 시대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방역 요원들도 한 자리 차지할 것이다. 내 생각에 가장 위험한 직업은 장의사다. 장례식에 참석하는 사람은 대개 숙연한 마음으로 죽음을 대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그러나 장의사에게 죽음은 일상이고 또 고객이기도 하다. 자기 영혼을 돌아볼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

장의사보다 훨씬 더 위험한 직업이 있으니 바로 종교인이다. 종교가 무엇인가. 유한한 인간이 초월적 세계를 맛보는 경험을 제도화한 것이다. 사람들은 절이나 교회에 가서 세상의 부조리와 인생의 헛됨을 생각하며 영원한 존재에 자신을 의지한다. 목사 신부 승려와 같은 종교인들은, 한때 초월적 세계를 깊이 체험한 사람들로서 일반 신도들을 이끌어 그 세계로 인도할 소명에 헌신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종교를 생업으로 가지다 보니, 체험은 상품화되고 신(神)은 대상화된다. 자본이 권력인 세상에서 종단은 동업조합이 되고 종교계는 이익집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에베소의 ‘데메드리오’라는 사람은 여신 아르테미스 신전의 모형을 만들어 파는 세공업자 길드의 대표였다.(행 19:23~41) 높이 19m의 신전은 127개의 이오니아식 돌기둥이 떠받치고 있던, 당대 소아시아 최고의 명소였다. 신전 미니어처를 만들어 파는 일은 큰 수익을 남기는 사업이었고, 품질을 관리하고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길드가 조직됐다.

사도 바울의 전도 때문에 이 사업이 타격을 입게 되자, 데메드리오는 조합의 직공들과 판매자들을 불러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촉구한다. 이들은 법적 대응에 나서는 한편, 대중을 선동하여 바울 일행을 잡아 죽이려 했다. 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이익과 여신의 영광이 같았다. 여신을 위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이익을 수호하려는 것이다.

문화재 구역 내 사찰의 입장료 문제로 조계종 전국승려대회가 열렸다. 전국에서 5000명의 승려가 모여 결의문을 채택했다고 한다. 사찰이 종교시설이면서 동시에 전통문화유산이기에 문화재 관람료 문제는 간단치 않다. 조계종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면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차차 합리적으로 풀어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번뇌의 근원을 욕망에서 찾는 고집멸도(苦集滅道)나 자아의 실체마저 부정하는 제법무아(諸法無我) 등 불교의 가르침을 생각할 때, 28년 만에 열린 승려대회의 어젠다가 입장료 문제였다는 사실이 못내 씁쓸하다.

조계종을 비판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남을 비판하기에는 내 코가 석 자다. 에베소의 데메드리오는 동업자들을 불러 “우리의 풍족한 생활이 이 생업(business)에 있는데”(행 19:25)라고 토로했다. 이 한 구절에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여기서 위험에 빠진 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한때 성경이 너무 좋아서 말씀을 파고들었고 영혼 사랑에 물불을 가리지 않았는데, 풍족한 종교인이 된 지금, 말씀은 설교의 재료가 되고 열정은 과거의 추억으로 남았다.

신학대학원 시절 노회(老會)를 방청할 기회가 있었다. 목사님들이 작은 이권을 가지고 고함을 치며 다투는 모습에 너무 실망했다. 당시 장로였던 아버지에게 씩씩거리며 대들듯 말했다. 과연 이들이 하나님 살아 계심을 믿는 사람들이냐고. 아버지가 대답하셨다. “이익과 권력을 놓고 다투는 목사님들, 그들은 30년 전 가난과 핍박이 예상되는 시절에 모든 것을 버리고 주의 종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네가 지금 이렇게 화를 내고 있는데, 앞으로 30년 후 너도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느냐.”

장동민(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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