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집권하면 뭐 하나

국민일보

[내일을 열며] 집권하면 뭐 하나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입력 2022-01-27 04:07

더불어민주당 측이 연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때리고 있다. 하지만 말실수, 부인 녹취록, 무속 성향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 지지율은 흔들리지 않는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겠다. 어떤 공격을 해도 먹히지 않으니 말이다.

민주당의 공격은 곧바로 이재명은 깨끗하냐, 민주당은 안 그러냐는 반격에 상쇄되고 만다. 평생 검사만 한 정치 초보를, 국민에게 얼굴도 못 내보이는 후보 부인을 청와대로 보내겠느냐고 민주당이 물으면 너희는 잘했냐, 너희가 한 번 더 정권을 가진다고 뭐가 변하냐는 물음이 되돌아온다.

민주당은 그동안 민주주의, 검찰 개혁, 언론 개혁, 적폐 청산 등을 내걸고 표를 얻어 왔다. 자신들을 민주화 세력으로 규정하고 기성 정치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지지를 규합해 왔다. 또 문제가 좀 있더라도 저쪽보다는 낫다는 상대적 우위를 주장해 왔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선 이게 통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제 민주당을 개혁 세력으로 봐주지 않는다. 특히 오랜 보수 집권의 역사를 경험하지 않은 젊은층에 민주당은 세상을 이렇게 만든 주범일 뿐이다. 민주당은 그간 주로 약자 입장에서 권력에 도전해 왔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대통령과 거대 의석을 가진, 세 번째 집권한 정당이라는 위치에서 치르고 있다. 도덕적 정당성이나 상대적 우위 역시 위선이나 ‘내로남불’에 걸려 민주당의 자산으로서 소용이 다 했다. 나이가 젊을수록 민주당에 우호적이던 시대도 끝났다. 노인들보다 더 단호하게 민주당에 등을 돌린 20대가 출현했다.

민주당에 대선의 조건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민주화 세력이 아니라 기득권 세력으로 완전히 묶이면서 민주당을 구성해온 핵심 논리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구사해온 메시지가 도무지 통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경제학자 우석훈은 최근 출간한 책 ‘슬기로운 좌파 생활’에서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한국 진보가 길을 잃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그는 진보에 대해서 “전두환이나 노태우 혹은 최순실과 박근혜 같은 절대 악이 존재한다는 전제 아래에서만 시대정신을 갖는다”며 “그 거대 악이 사라졌거나 혹은 대기업 구조에 은폐되면 진보는 더 이상 직관으로 나아갈 데를 잃는다”고 말했다.

절대 악은 사라지고 없는데 민주당은 계속 새로운 악을 지목하며 이념 싸움으로 세월을 보내온 게 아닐까. 진짜 싸워야 할 문제는 양극화, 삶·일자리·주거의 위기, 공공성 약화, 정치의 무능과 위선 같은 것들인데 민주당은 이를 외면하거나 싸우는 시늉만 해온 게 아닐까. 그래서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를 것 없으니 확 뒤집어 버렸으면 좋겠다, 똑같은 놈인데 정의로운 척 위선까지 떠니 더 꼴 보기 싫다, 이런 감정들이 정권 교체라는 명분으로 표출되고 있는 게 아닐까.

정권 교체 여론은 견고해 보인다. 현직 민주당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긍정 평가가 이례적으로 높은데도 그렇다. 미국인들은 2016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높은 호감을 유지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를 당선시켰다. 그들은 힐러리 클린턴이 가진 국정 운영의 안정성이나 상대적인 진보성에 점수를 주지 않았다. 그들을 결집시킨 건 힐러리가 대표하는 주류 엘리트 정치에 대한 반감이었고, 삶과 일자리의 불안에서 비롯된 분노였다.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건 어쩌면 후보가 아닐지 모른다. 핵심은 민주당에 대한 반감과 삶의 위기에서 오는 분노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지금 해야 할 것은 너희도 똑같은 기득권 세력 아니냐, 한 번 더 집권하면 뭘 할 수 있느냐, 이 질문들에 답하는 일일 것이다.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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