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올해 한 살은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 올해 한 살은

요조 가수·작가

입력 2022-02-04 04:05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만들어진 문화라고는 하지만 신정과 구정, 두 번의 신년을 경험할 때마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횡재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새해의 기쁨을 두 번이나 누리는 나라에서 태어나 살고 있다니! 내가 좋아하는 떡국도 두 번이나 먹을 수 있고.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산 지 7년째이면서도 나는 아직 제주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잔뜩이다. 제주에서는 새해에 떡국을 먹지 않는다는 사실도 최근에 알았다. “아니 그럼 설날에 제주에서는 무엇을 먹는단 말이에요?” 내가 놀라 묻자, 제주의 벗은 ‘갱국’을 먹는다고 알려주었다. 갱국은 옥돔미역국을 말한다.

일반적인 소고기미역국을 먹다가 베지테리언이 된 지금은 들기름에 달달 볶아 고기 없이 끓인 미역국을 먹고 있는데 옥돔으로 끓인 미역국의 맛이 과연 어떨지 궁금했다. 그 궁금한 마음이 전해진 것인지 구정 연휴에 벗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하며 문을 여니 여러 개의 소쿠리 안에 가지런하게 누워 있는 각종 전의 노오랗고 둥글한 얼굴이 고소한 기름 냄새와 함께 눈에 들어왔다. 식탁에 오른 음식들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처음 보는 것은 일일이 벗에게 물어보았다. 부시리라는 생선과 무와 메밀가루로 만드는 진메물이라는 음식을 배웠다.

조금 있으니 동네의 다른 친구들도 속속 도착했다. 동네 친구 중에는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나린이 있었다. 볼 때마다 쑥쑥 자라나 매번 경이감을 안겨주는 나린은 고운 한복을 입었다. 벗의 어머니에게 다소곳이 세배하는 나린의 모습을 보고 무슨 용기가 났는지 나도 세배를 하고 싶어졌다. 나린의 다음 차례로 벗의 어머니에게 고개를 숙이며 이렇게 집에 초대해주셔서, 귀한 명절 음식을 대접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곧 밥상 위에 하얀 쌀밥과 갱국이 올랐다. 올해는 떡국이 아니라 깊고 고소한 생선살과 부드럽고 다정한 미역으로 귀한 한 살의 나이를 먹었다. 제주에서 준 것이다.

요조 가수·작가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