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총 받는’ 길거리 전도 하는 이유 전도자들에게 직접 물어보니 “전도의 절박함에 거리로” “멈출 수 없다”

국민일보

‘눈총 받는’ 길거리 전도 하는 이유 전도자들에게 직접 물어보니 “전도의 절박함에 거리로” “멈출 수 없다”

입력 2022-02-0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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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예수를 믿으라’는 문구가 적힌 판넬 앞에 선 한범열(왼쪽) 집사와 김경일(오른쪽) 목사가 지난 4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전도를 하고 있다.

“당신들끼리만 천국 가라고 하고 싶어요.”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길거리 전도자들을 겨냥한 온라인 댓글 중 일부다. 비교적 점잖은 표현이다. 대부분은 입에 담기 힘든 욕설로 ‘십자포화’ 비난을 퍼붓는다. 기독교인조차 ‘이렇게 욕을 들으면서까지 길거리 전도를 고수해야 하나’ ‘그런다고 전도가 되는 걸까’를 묻는다. 꼬리를 무는 궁금증을 안고 이들을 직접 만나봤다.

입춘이었던 지난 4일 오전 서울 명동 한복판에 있는 식당 ‘명동교자’ 입구. 정오가 임박한 데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맛집 앞이라 인파로 북적였다. 이른바 ‘예천불옥’ 전도자는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붉은색의 ‘주 예수를 믿으라’는 문구가 적힌 판넬을 등에 둘러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목걸이처럼 걸려 있는 간이 스피커에선 설교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행인들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한범열(74) 집사. 출석교회 직분은 안수집사다. 10년 가까이 명동 한복판에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마다 전도를 이어오고 있다. 경기도 김포에 사는 그는 오전 7시 집을 나서 지하철만 3차례나 갈아탄 뒤 명동에 도착한다.

-길거리 전도가 힘들지 않나. 전도가 되긴 되나.

“쉽지 않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성경에도 나와 있지 않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옆에 있던 다른 전도자가 답변을 이어갔다. 김경일(50·서울 예뜰교회 협동) 목사다. “째려보는 사람도 있고, 전도지를 거부하는 건 다반사다. 하지만 욕먹고 비난을 들어도 전해야 한다. 인간은 언젠가는 위기의 순간에 ‘하나님 살려주세요’ 라고 신을 찾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

김 목사가 한 집사와 합류한 건 석 달 전쯤이다. 서울 보라매병원 안팎에서 3년 가까이 전도를 하던 그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병원 출입이 통제되면서 기도하던 중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한 집사님이 매고 있는 판넬에 적힌 ‘백신 불지옥’ 같은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복음을 전하려는 마음을 알기에 옆에 서서 전도하고 있다.” 김 목사는 한 집사 옆에서 행인들에게 목례를 하며 전도지를 건네고 있었다.

-가족들도 길거리 전도하는 걸 알고 있나.

“알고 있다. 어머니는 이 코로나 시국에 굳이 전도하러 나가야 하느냐고 극구 만류하신다. 하지만 자칫 서로 충돌할까 봐 조용히 집을 나선다.”(김 목사) “아내는 초창기에 돈이나 더 벌어오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많이 누그러졌다. 미국에서 교수로 일하는 아들은 얼마 전 문자 메시지를 보내와 ‘전도하느라 수고 많으시다. 코로나 조심하라’고 격려도 해주더라.”(한 집사)

비슷한 시각, 이영숙(뒷모습) 목사가 전도대원들과 함께 서울역광장 한켠에서 찬송을 부르며 길거리 예배를 드리고 있는 모습.

비슷한 시각 서울역광장. 코로나 선별진료소를 지나자마자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찬송이 들려왔다. 핀 마이크로 찬송을 부르는 이영숙(70·서울 브엘세바교회) 목사와 하모니카로 반주를 하는 70대 성도가 눈에 들어왔다. 추위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 목사는 2006년부터 서울역 앞에서 천막을 치고 노숙인 전도를 해왔다. 2년 전 코로나 때문에 천막 설치가 금지되면서 자연스럽게 광장 한복판에서 길거리 전도를 하게 됐다. 주일과 화·금요일 오전에 예배를 드리는 방식이다. 그와 함께 전도사역을 하던 목사 남편은 지난해 6월 지병으로 하늘나라로 먼저 떠났다.

-행인들이나 주변 상인들에게 피해를 줄 것도 같은데.

“최대한 조심한다. 경찰이 자리를 옮기라고 하면 옮긴다. 마이크 데시벨이 높다고 하면 낮춘다. 예전처럼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전도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문구가 너무 공격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고 이걸 바꿀 만한 문구가 있을까. 이 문구만큼 명확하게 복음을 전하는 메시지가 없다.”(이 목사)

-길거리 전도 말고 다른 전도 방식으로 바꿀 생각은 없나.

“(행인 등 행패로) 지금까지 앰프가 몇 개나 망가졌는지 모른다. 손가락질과 욕설하는 사람도 여전히 있다. 그런데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 30대 중반까지 나도 기독교인 싫어하는 불신자였으니까. 그래도 복음을 받아들이고 나처럼 변화를 받는 사람이 있다. 그것이 관둘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만난 길거리 전도자들은 때론 고집불통 같기도 하고, 간혹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동시에 ‘복음을 꼭 전해야겠다’는 절박함도 전해졌다. 이들에게 향하는 세간의 날선 비난의 상당 부분은 어쩌면 기성 교회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향한 손가락질이 아닐까.

글·사진=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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