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유튜버”… 은퇴 목회자들 유쾌한 도전

국민일보

“나는야 유튜버”… 은퇴 목회자들 유쾌한 도전

김동호·박종순·정성진 목사 유튜브 신바람사역

입력 2022-03-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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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영은, 게티이미지뱅크

은퇴 후 유튜버로 변신해 활발하게 사역하는 목회자들이 있다. 이들은 매일 새벽 구독자들과 함께 QT로 하루를 시작하거나 오랜 목회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신앙상담, 은퇴 후 소소한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를 제작해 삶을 공유한다. 강단에서 권위와 열정을 갖고 성경 말씀을 전하던 모습과 달리 꾸밈없이, 소탈하고 따뜻한 화법으로 들려주는 목회자들의 이야기에 구독자들은 은혜를 받기도 하고, 때론 함께 울고 웃으며 마음을 나눈다.

‘김동호 목사 아카이브’ 김동호 목사


“목사님 어제 폐암 3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3월 중순부터 항암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마음이 심란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목사님께 지금부터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유튜브 구독자의 상담 사연을 읽던 김동호(72) 목사가 덤덤한 어조로 위로했다. “마음이 심란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 제가 잘 압니다. 머리로 아는 게 아니라 몸으로 알지요.”

김 목사는 2016년 높은뜻연합선교회를 은퇴했다. 3년 뒤 폐암 진단을 받은 뒤 폐의 20%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아무것도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하는 고통 속에서 “내 백성을 위로하라”(사 40:1)는 말씀이 들려왔다. 그는 “하나님께 ‘내가 죽게 생겼는데 누굴 위로해요’라고 되물었지만, 온종일 암과 죽음을 생각하는 암 친구들에게 같은 환자로서 말씀과 기도로 위로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어서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동호목사 아카이브

같은 해 9월 ‘김동호 목사 아카이브’ 채널을 개설했다. 스스로 QT 영상을 촬영한 뒤 둘째 아들 내외에게 편집을 맡겨오고 있다. 매일 새벽 6시, 20분 안팎의 분량의 ‘날마다 기막힌 새벽(이하 날기새)’ QT영상이 업로드되면 하루 평균 7만명의 구독자들이 ‘날기새’를 시청하며 함께 뜨겁게 기도한다.

‘날기새’는 어느덧 859회(3월 16일 기준)를 맞았다. 김 목사는 “날기새를 준비하고 녹화하고 말씀을 묵상하는 것이 내 삶에 얼마나 중요한 일이 됐는지 모른다. 이 일을 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고백했다.

매주 토요일에는 ‘안녕하세요, 목사님’ 코너를 통해 신앙상담도 이뤄진다. 자녀들의 신앙생활 고민부터 열등감, 창조론과 진화론까지 다양하다. 김 목사는 내담자들의 사연에 마음으로 공감하며 말씀으로 치유하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구독자는 21만명이다. 유명 유튜버 부럽지 않은 인기다. 김 목사는 “위로받고 은혜받는다는 댓글을 확인하며 내가 더 큰 힘을 얻는다. 사람들의 위로와 격려가 가장 큰 항암제”라며 “하나님이 내게 맡겨주신 마지막 사역이라고 생각하고 죽는 날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신앙 균형생활’ 박종순 원로목사

바른신앙 균형생활

충신교회 박종순(83) 원로목사는 ‘바른신앙 균형생활’ 채널을 운영 중이다. 칼럼 형태의 콘텐츠로 바르고 균형 잡힌 신앙생활을 통해 보다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박 목사는 “유튜브는 장단점도 있지만 열린 공간으로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플랫폼이다. 문명의 이기들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활용해 정제된 메시지를 전하며 세계를 넘나드는 유튜브를 복음 선포의 매체로 삼고 싶었다”고 밝혔다.

‘바른신앙 균형생활’은 편당 러닝타임 2분 안팎의 숏폼(Short Form)으로 차별화를 뒀다. 그는 “현대인은 길고 진부한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짧은 시간 안에 강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선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짧고 굵게라야 한다”고 말했다.

“설교를 그대로 유튜브에 옮기는 이들도 있지만 유튜브의 특성상 차별화가 필요했습니다. 용어 선택, 시간 조정, 화면 구성 등 모든 것이 강단 설교와는 달라야 했습니다. 처음엔 생소했고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익숙해지고 지금은 오히려 더 편해졌습니다.”

영상 속에서 박 목사는 집무실을 배경으로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고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메시지는 변화하는 시대 흐름이 반영돼 있다. 짧지만 정제된 그의 메시지를 듣다 보면 우리네 신앙생활을 한 번쯤 되돌아보게 된다.

칼럼 콘텐츠의 주제와 원고도 직접 선정하고 작성한다. 그래야 스스로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촬영과 편집은 영상 전문가들이 협력하고 있다. 박 목사는 “체계적으로 성경 전체를 다루고 신앙생활에 관한 섬세한 부분들 그리고 인간의 바른 삶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지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메타버스 시대도 들여다보고 싶다”고 전했다.

‘크로스로드 TV’ 정성진 목사

“해마루를 지키는 검둥이가 새끼 9마리를 낳았습니다. 하나님, 우리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아지의 모성을 보며 우리 부모님들의 수고를 기억하게 됩니다. 우리도 생명을 낳고 기르는 그리스도인, 목사가 돼야겠습니다.”

크로스로드 TV

2019년 거룩한빛광성교회를 은퇴 후 경기도 파주 해마루촌에 둥지를 튼 정성진(66) 목사의 일상 브이로그의 일부분이다. 해마루촌은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있다. 이곳에서 홀로 기거하고 있는 정 목사는 소박하게 먹고 묵상하며 기도하는 삶을 유튜브 ‘크로스로드 TV’ 채널에 공유한다. 영상 밑에는 “목사님 동물들과 즐겁게 지내시는 모습을 보니 좋습니다” “항상 강건하시기를 기도합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정 목사는 “은퇴하면 교회를 떠나는 것만이 능사인 줄 알았고 철칙으로 여겼다. 그런데 성도들도 섭섭해하며 큰 상실감을 느꼈다.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근황을 전하며 그리운 성도들과 다시 소통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 그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한 교회, 성도들의 목사였다면 유튜브는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을 만나는 또 다른 창구가 돼준다”고 말했다.

‘크로스로드 TV’ 채널은 오프라인에서 진행해오던 ‘크로스로드’ 사역을 온라인으로 옮겨왔다. 정 목사는 은퇴 후 젊은 목회자 역량 강화를 위해 ‘크로스로드’를 설립했다. 유튜브 콘텐츠 기획과 촬영, 편집도 이곳에서 담당한다. 정 목사는 “전화를 걸고 받고 사진만 찍을 줄만 알았던 내가 유튜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혁신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젊은 운영위원들에게 맡기고 나는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고 털어놨다.

‘크로스로드 TV’ 채널에는 해마루촌 일상 브이로그뿐 아니라 ‘정성진의 목회라떼’ 초대손님과 함께 목회를 주제로 한 전방위 토크 그리고 동네 목사들이 모여 불특정 주제로 대화하는 라이브 방송 등 다양한 영상이 업로드된다. 이 가운데 ‘정성진의 목회라떼’의 콘텐츠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 목사는 “라떼는(나때는)말이야~”라고 운을 떼며 잔소리와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것이 아닌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젊은 목회자들이 나가야 할 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내분과 갈등을 겪고 있는 교회들이 콘텐츠를 시청 후 연락해온다. 정 목사는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6개의 교회를 수습했다. 두 개의 교회도 현재 진행 중”이라며 “교단을 뛰어넘어 교회 본질을 회복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하나님 앞에서 은퇴란 없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교회개혁에 관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즉문즉답’이나 목회자들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주요 어젠다를 선정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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