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석 칼럼] 이사 갈 수 없는 이웃

국민일보

[오종석 칼럼] 이사 갈 수 없는 이웃

입력 2022-03-29 04:20

수교 30주년 맞은 한·중 양국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서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새 정부가 사드 추가 배치 등
대미 편중 외교 가능성 보이자
중국은 적극적으로 우려 표명

한·미 동맹 굳건히 하면서도
중국 적대시하거나 자극 말고
안정적인 실용외교에 나서야

우리나라와 중국에는 모두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속담이 있다. 가까운 친척도 먼 곳에 살면 필요할 때 도움을 받기 힘들다. 하지만 가까이 사는 이웃은 서로의 신변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언제든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먼 친척보다 낫다는 뜻이다. 지리적 근접성과 문화적 동질성을 감안하면 한국과 중국이 바로 가까운 이웃이다. 소멸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가지 않는 한 양국은 영원히 이웃 나라로 존재해야 하는 숙명적인 관계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미 수천년을 그렇게 지내왔다. 양국이 주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친밀감의 표시로 서로 상대를 향해 가까운 이웃, 영원한 이웃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 25일 통화에서도 어김없이 이웃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시 주석은 “중·한은 이사 갈 수 없는 영원한 이웃이자 떼어 놓을 수 없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웃 앞에 ‘이사 갈 수 없는 영원한’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한 것이 눈에 띄었다. 지정학적인 측면과 함께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먼 나라 미국이 아닌, 바로 가까운 나라인 자기들과 연대 및 협력의 필요성을 잊지 말라는 의미다. 다분히 새 정부의 대미 편중 외교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시 주석은 앞서 지난 11일 당선 축전에서도 ‘수교의 초심을 굳게 지키자’고 했다. 시 주석 체제에서 중국은 한·중 관계에서 어떤 현상에 대해 불만이 있을 때 초심을 거론한 적이 있다. 서로 전쟁을 치른 양국이 체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상호 국익과 전략적 이해관계에 근거해 국교를 정상화했던 한·중 수교의 의미를 되새기며 중국을 존중해달라는 취지다. 중국이 윤석열정부의 출범에 그만큼 경계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한·미 동맹에 보다 무게를 싣고 중국과는 상호 존중에 기초한 외교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 나아가 사드 추가배치와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가입 검토 등 발언을 쏟아내며 문재인정부의 이른바 ‘3불 정책’(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 체계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계승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하지만 이는 중국이 가장 불편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시 주석 측이 당초 관례를 벗어나 당선인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윤 당선인과 먼저 통화에 나선 것도 이런 우려를 분명히 전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서일 것이다. 양측이 이번 통화에서 방점을 둔 발언에서도 이런 기류가 읽힌다. 윤 당선인은 앞으로 ‘상호 존중과 협력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중 관계를 진전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반면 시 주석은 양국 관계 발전과 안정화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 수교 30주년이 되는 한국과 중국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이며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다. 특히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25%)으로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나라다.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등으로 한한령 영향이 다 가시진 않았지만 우리의 영화와 드라마, 가요 등 문화는 중국인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양국은 인적 상호 방문은 물론 경제와 문화적 교류 등에 있어 가장 활발한 이웃 국가임에 틀림 없다. 여기에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북한의 도발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북한 미사일과 핵 문제 등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중국의 역할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북한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북한과 혈맹 관계인 중국은 전 세계에서 북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윤 당선인의 경우 후보 시절 2030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됐던 반중 정서와 보수층을 겨냥해 다소 의식적으로 대중 강경 발언을 한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물론 윤석열정부가 한·미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해나갈 필요성이 있다는 것은 공감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미국에 편향된 외교 성향을 드러내거나 중국을 적대시함으로써 중국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국익 차원에서 실용외교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우리에게 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가장 가까운 이웃 아닌가.

오종석 논설위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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